[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원이 검찰의 ‘반복 기소’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사건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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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검찰이 한 번 취소한 공소를 다시 제기할 때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329조는 공소취소로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재기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소취소 후 재기소는 헌법상 ‘거듭처벌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인권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중요한 증거’란 공소취소 전 증거만으로는 무죄 가능성이 있으나, 새 증거를 추가하면 유죄 확신을 갖게 될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2017년 A씨를 52억여원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문제가 제기되자 2018년 5월 공소를 취소했다. 이후 추가 증거를 수집해 같은 해 7월 재기소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새로운 중요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해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취소 전에 수집하거나 조사할 수 있었던 증거는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이 불충분한 수사로 기소했다가 무죄 예상 시 공소취소 후 추가 증거로 재기소하는 관행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검찰의 공소취소와 재기소 과정에서 피고인의 권리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신중한 공소제기와 충실한 공판 준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