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전생 같네…지하실로 들어가는 증권주

KRX증권, 한달새 7.5% 하락…'코스피'보다 침체
동학개미 이탈에 거래 줄고 부동산 PF까지 위축
3Q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 전년비 61.7%↓
체력약화 장기화 우려 속 "잦아들 것" 기대도
  • 등록 2022-10-20 오전 5:32:00

    수정 2022-10-20 오전 5:32: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증권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과 기업공개(IPO) 쇄도로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올해는 감익은 물론 어닝쇼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어떻게 견디는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프=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5포인트(0.68%) 내린 531.98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 사이 7.53%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세(6.05%)보다 가파른 수준이다. KRX증권지수는 상장돼 있는 증권사 10곳으로 구성된 지수다. 증권업이 호황이었던 지난해 5월에는 900선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최근 증권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부진한 실적 우려 탓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추정치가 있는 국내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합은 6922억원 수준이다. 기업들의 IPO에 불이 붙고 동학개미가 주식투자는 물론 공모주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던 작년 3분기(1조8087억원)와 견주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1조242억원으로 작년 3분기(1조7912억원)의 57.18% 수준이다.

특히 동학개미는 주식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은 증권사의 기본이다. 1월 11조2827억원이었던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5월 9조5589억원으로 내려오더니 10월 현재 7조5211억원으로 급감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수익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속에 악화하고 있다. 실제 증권사들의 PF 유동화증권 신용보강 금액은 올해 3분기 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분기(8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약 55.8%, 지난해 3분기(7조4000억원) 대비 48.6% 급감했다.

기업들도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자 IPO 행보를 멈췄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던 골프존커머스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상장 직전 철회를 결정했다. 기업금융(IB)영역에서도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9월 초만 해도 2분기 대비 트레이딩과 상품 손익 개선 기대감이 있었지만 중순 이후 금리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 미매각 수익증권의 평가 손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부진한 증권업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 또한 길어질 전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3분기에 상반기보다도 부진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라며 “이번 3분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이익 체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증권가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바닥에 근접하고 있고, 주가는 오랜 기간 코스피 대비 초과 하락해 9월에 이어 초과 하락세는 다소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비중을 줄이기보다 중립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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