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맞벌이 부부 유지선(36·여)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씨는 3살 아이를 둔 3인가구로 부부합산 건보료는 35만원 정도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3인가구 기준은 19만5000원으로 일찌감치 해당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 유씨는 “강남에 집이 있으면서도 홑벌이라 기준에 해당해 지원금을 받는 직장 동료도 있더라”며 “우리 같은 맞벌이는 대부분 정부 지원에서 제외돼 이럴 때마다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던 한철민(53)씨는 지난달 말 폐업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최근 코로나19로 일주일에 손님 10팀도 오지 않자 결국 문을 닫은 것. 한씨는 “정부가 나 같은 영세상인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해 기대하며 건강보험공단에 상담을 받았지만 부정적 얘기만 들었다”며 “정부가 3월29일을 기준으로 설정해 같은 달 28일 폐업한 경우는 4월 건보료에 적용돼 해당 사항이 없을 수 있다고 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을 건보료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건보료 기준의 한계를 메우기 위한 보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1~3월 손실 입증 방법 `막막`
5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소득 하위 70%에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때 기준으로 지난 3월 기준 본인부담 건강보험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1인 이상이 건보료를 낼 땐 합산소득이 소득 하위 70%를 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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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는 국민의 97%가 가입해 의료급여 수급자 등 일부를 제외한 전 국민의 소득을 빠르게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려가 만만치 않다. 건보료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에 부과되는 방식이다. 연간 3400만원 보수 외 임대·금융 소득 등이 있는 경우에만 추가 건보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부채나 부동산, 금융 등과 같은 자산이 반영되지 않아 실질자산 추정이 과소 또는 과다 추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과 자동차에 건보료를 매긴다. 지난해부터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재산 건보료 비중을 낮췄지만 여전히 건보료 수입의 46%에 달하다 보니 수입 감소 반영 가능성이 크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를 증명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근로자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대부분이 지역가입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매년 5월 종합신고세를 기준으로 11월에 보험료가 변동된다. 지난 3월 건보료의 평가 근거는 2018년 5월 신고한 재산이다. 2년 전 자료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지난 1~3월간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세청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오는 5월에야 신고 가능해 이전 소득 감소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종부세 대상자 1%…확대 적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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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는 하위 70% 경계에 있는 이들이 이해할만한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가구가 건보료로 8만8000원 이하를 내려면 월 300만원 이하를 받아야 한다”며 “그 이상을 받는다고 이들을 소득 상위 30%로 봐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영업자 대부분 가입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1~3월에 소득이 0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작 건보료 기준은 크게 줄지 않아 하위 70%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덧붙였다.
정부는 국세청 이자소득자료를 활용해 고액의 금융재산 보유자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를 컷오프(cut-off)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 종부세는 다주택자의 경우, 아파트·빌라·단독주택 등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원 이상이면,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한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000명이었다. 전체 인구(5184만명)의 1.1%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7억원 정도로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 기준이 높아 컷오프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노인기초연금 컷오프 기준은 종부세 6억원으로 하고 있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어떤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형평성 시비가 제기될 것”이라며 “앞으로 신청 절차는 없애는 수준으로 해야 형평성 시비를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