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우발적 범행, 성폭행 참았다면 살인마 안 됐을 것"

  • 등록 2019-10-01 오전 12:05:50

    수정 2019-10-01 오전 7:30:31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네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제주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이 살인은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은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그동안 검찰 조사로부터 묵비권을 행사했던 고유정은 이날 교도에서 A4 8장에 이르는 진술서를 준비해 읽어내려갔다.

먼저 고유정은 사건 당일인 지난 5월 25일 아이와 지내기 위해 제주시 한 펜션을 예약했지만,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가 함께 갈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수박을 씻으려고 부엌 싱크대에 서 있던 순간 피해자가 다가와 성폭행을 시도했다. 다른 방으로 도망갔지만 피해자가 흉기를 들고 쫓아와 협박을 했다”며 “저항하던 중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리게 된 흉기를 휘두르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손이 베인 것도 이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결과 졸피뎀이 섞인 카레를 먹은 피해자가 저항이 어려운 상태에 빠졌을 때 고유정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유정은 “졸피뎀을 카레에 넣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시간도 언급한 고유정은 “전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저녁(카레)을 먹지 않았다. 전 남편은 오후 8시께까지 맑은 정신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유정은 사체 훼손 및 은닉에 대해서는 현 남편 A(37)씨의 비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A씨가 평소 칠칠맞게 일처리를 한다며 비난하고 때리기도 했다면서 “남편이 또 바보처럼 행동하고 자기를 속였기 때문이라고 저를 비난하고 궁지에 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은 “죽을 생각이었지만 믿었던 남편이라도 이해해준다면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고유정은 또 마트에서 구매한 부엌칼과 물건들에 대해서도 “일상생활을 위한 물건일 뿐”이라며 “부엌칼도 할인해서 팔길래 식사를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유정은 현 남편 A씨에 대한 원망도 드러냈다. 그는 “나는 다섯 번 째 여자에 불과했는지 남편이 나를 크게 모함하고 있다”며 “사건 초기 공번으로 조사를 받았던 현 남편이 경찰에게 졸피뎀을 가져다 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고유정은 “지금 많이 후회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제가 저지른 죗값(계획범행이 아닌 우발적범행)을 정당하게 치르고 싶다”며 “다만 모든 슬픔을 안겨 드린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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