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가전, 구매가 10% 환급..“에어컨만 효과 있었다”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 시행 한 달여, 소비자 반응 살펴보니
품목별 구매 유도 효과 제각각
에어컨 최대 수혜, TV·공기청정기 등 효과 미미
"계절가전만 반짝 효과"..실효성 높이려면 정부 정책 보완해야
  • 등록 2016-08-10 오전 6:00:00

    수정 2016-08-10 오전 6:00:00

지난 달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에 대한 환급 정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의 한 가전 매장 모습.(사진=롯데하이마트)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 시행 한 달 여. 정부가 친환경 제품 소비·투자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품목에 따라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가전인 에어컨은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며 확실한 효과가 있었던 반면 TV는 40인치 이하로 제한하며 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행사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에어컨을 제외하면 환급제 시행 이전인 6월과 비교했을 때 판매 증가세가 미미했다.

에너지효율 1등급 에어컨의 경우 6월 47.8%에서 7월 62.1%로 전달 대비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투인원(2in1) 에어컨과 스탠드형 에어컨은 1등급 제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두 제품의 판매량은 직전 월 대비 6월 77%에서 7월에는 94%까지 증가했다.

반대로 냉장고나 TV, 공기청정기의 경우는 이번 정부의 환급 정책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의 경우 오히려 신장세가 둔화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TV를 고를 때 화면이 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환급 기준이 40인치 이하로 제한된 데다 40인치 이하의 중소형 TV는 소비전력 또한 크지 않아 1등급 가전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돌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치냉장고의 경우 이미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1등급 제품으로 판매량에 영향이 없으며, 일반냉장고는 1등급 제품이 많지 않아 판매량 상승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에누리닷컴은 분석했다.

공기청정기는 판매량의 변화를 따로 살펴보지 않았다. 정부가 정한 환급 혜택 기간인 7~9월이 비수기인데다 최근 판매된 공기청정기 중 1등급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급 정책의 효과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가전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가운데 환급제 적용 대상이었던 5개 품목(40인치 이하 TV·에어컨·일반 냉장고·김치 냉장고·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을 살펴봤는데 에어컨이 41%로 시행 직전 달에 비해 증가폭이 가장 컸고, TV와 김치냉장고는 각각 15%, 12%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의 7월 평균 매출 신장률인 25%를 밑돌았다. 일반 냉장고는 7~8월에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요인에 정부 혜택이 더해지면서 전달보다 수요가 22% 늘었다. 김치냉장고는 김장철 수요가 본격화되기 이전으로 증가폭이 기대만 못했으며, TV는 40인치 이하로 제한한 점이 정책 실효성의 한계로 지적됐으나 TV 판매의 호재로 꼽히는 올림픽의 영향으로 소폭이지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기청정기는 6, 7월 비수기에 판매량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자칫 왜곡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어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 평균 매출 신장률 산정에서 제외했다.

또 다른 가전양판점인 전자랜드프라이스킹에서는 에어컨(102%), 김치냉장고(24%), 일반냉장고(22%), 40인치 이하 TV(18%) 순으로 판매가 늘었다. 공기청정기는 비수기에 최근 발생한 유해물질 필터 이슈 탓에 직전 달보다 판매가 오히려 67% 감소했다.

시장 반응을 요약해보면 에너지 소모량이 크다고 알려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계절가전은 나름의 구매 유도 효과가 있었던 반면 그렇지 않은 40인치 이하 TV, 공기청정기 등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이렇듯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일부 유통업체는 자체적으로 품목을 늘려 독자적인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 환급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오는 31일까지 에너지효율 1등급 중대형 TV(41인치 이상) 70여개 모델과 드럼세탁기 40여개 모델에 대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환급제도를 통해 구매금액의 10%를 특정 카드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누리닷컴 상품 담당자는 “에어컨은 소비전력이 큰 제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1등급 제품 구매시 10%를 돌려주는 환급 혜택이 구매 결정에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밖의 40인치 이하 TV, 공기청정기 등은 고객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환급 대상에 포함돼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추후 다시 유사한 행사가 기획된다면 이러한 점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는 정부가 정한 5개 품목의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을 구매하면 품목 또는 개인별 20만원 한도에서 구매가격의 10%를 돌려주는 행사로 지난 7월 1일부터 오는 9월3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한국전력의 관련 사업 예산으로 충당한다.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 시행 이전(6월)과 이후(7월)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 매출 신장률 추이. 대상 품목 중 공기청정기는 판매 비수기로 시장 변화가 거의 없어 비교에서 제외.(자료=에누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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