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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이끌고 있는 중견·중소 해운업체 최고경영자(CEO)와 관계자들은 해운업에 대한 정부, 금융권, 국민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조선과 해운이 유관산업인데다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해운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는 듯한 모습은 과도하다는 불만이다.
지난 17일 경기도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한국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에서는 회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번 연찬회는 재작년 세월호 사고와 작년 메르스 사태 여파로 개최가 중단된 지 3년 만에 열렸다. 최근 채권단 자율협약 조건부 사항을 이행 중인 한진해운(117930), 현대상선(011200) 관계자들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선주협회 회원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장기화로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또한 해운을 부실규모가 큰 조선업과 엮어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해운업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해운업이 조선업과 함께 부실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관계 해운사들이 보는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의 몸사리기로 인해 신규 거래 중단을 하거나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내 중견·중소 해운업체들이 향후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팽배했다.
지난해 수백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B해운업체 회장은 “금융권에서 대출금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제는 돈을 빌려주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다”며 “해운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맞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니다. 신용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외항해운선사 151개사 중 114개사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당기순이익으로 보면 99개사는 총 1조114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선사로 분류됐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149개사의 당기순손익 총합은 6022억원 흑자를 기록 중이다. 외부의 우려만큼 해운업 전반이 부실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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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대해 C해운업체 대표는 “국내 조선소들은 획일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사업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중소 해운업체들이 원하는 배는 국내에서 발주할 곳이 없다”면서 “이번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해운사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기능을 재편해 상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연찬회에서 해운·조선 상생발전 방안을 제시한 조규열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조 발주 총 55척이 가능한 9억90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종합솔루션 지원준비를 모두 완료한 상황”이라며 “수출입은행 외 산업은행과 기타 상업은행의 지원금 20억달러를 합하면 총 30억달러(3조5200억원)의 금융지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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