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교황 방한 제1의 목적인 '아시아청년대회'는?

20개국 아시아청년 '축제의 장'
교황 닷새 간 세 차례 찾아
태국서 첫회 후 15년 만에 한국으로
  • 등록 2014-08-14 오전 7:01:30

    수정 2014-08-14 오전 7:34:05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충남 서산의 해미성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오후 해미에 들러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사진=천주교 대전교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 방문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다.” 만약 아시아청년대회가 일본에서 열렸더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자신의 첫 번째 아시아 방문국으로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을 것이란 뜻이다. 일반인 대부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유가 16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첫 교황 방한이었던 1984년 5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김대건 신부와 동료 순교자 102위 시성식을 집전했기 때문. 하지만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일정 가운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다.

△1999년 태국서 처음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임기간(1978~2005) 동안 필리핀과 일본·한국 등을 방문하며 아시아 선교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후임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건강상의 이유로 아시아를 방문하지 못한 채 스스로 교황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지난해 3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자 아시아 방문을 권했고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청년대회가 끝날 즈음 아시아 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일본 천주교회가 교황의 일본 방문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지만 교황은 한국이 아시아청년대회 개최국임을 이유로 한반도를 택했다.

이처럼 교황 방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아시아청년대회는 아시아의 천주교 청년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 다른 문화적·사회적 배경 속에서도 함께 신앙을 쇄신하고 친교를 나누는 대규모 행사다. 1999년 태국에서 처음 열린 후 세계청년대회와 겹치지 않는 해를 택해 이어져 왔다. 대만, 인도, 홍콩, 필리핀 등에서 열렸으며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대회가 열리게 됐다.

△13∼17일 대전 충남 천주교 성지서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교구는 충남 일대 천주교 성지들을 관할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생가인 당진 솔뫼성지 비롯해 충남 내포 지역의 천주교 전래에 구심점이 돼던 당진 합덕성당과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조선 제5대 교구장 성 다블리 안 주교의 거처가 있던 신리성지, 1000여명의 순교자를 배출한 서산의 해미성지 등이 모두 대전교구 관할이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이 일대 천주교 성지를 중심으로 5일간 열린다. 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중국 등 아시아 20여개 국가에서 온 2000여명의 청년들과 한국서 모인 4000여명의 청년들이 이 기간동안 성지를 순례하고 미사를 드리고 워크숍 등을 통해 천주교 신자로서의 마음을 새로 다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일정에서 나타난다. 교황은 15일 오전 대전 가톨릭대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에서 20명의 청년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솔뫼성지에서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갖고, 동시대 아시아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듣고 조언할 계획이다. 또 17일 오후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 참석한다. 특히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는 한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규모 군중을 상대로 갖는 마지막 미사다.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를 챙기는 이유는?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인 허동엽 신부는 “아시아청년대회, 124위 시복식, 평화와 화해의 미사 등의 일정 중 교황이 직접 밝힌 우선순위는 아시아청년대회였다”고 전했다.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는 “지금까지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한 적은 없다”며 “‘아시아로 가는 건 하느님의 뜻’이라고 교황이 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를 챙기는 이유는, 우선 유럽이나 남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시아의 청년들의 참석이 쉽지 않아서다. 아시아청년대회가 태동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가 40억명이 살고 있는 ‘인구밀집 지역’이란 것이다. 유럽과 남미·북미 등의 젊은이들이 점점 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선교는 가톨릭의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통해 아시아의 젊은 신자들의 신앙을 고양시키고 나아가 이들이 아시아 선교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선교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교황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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