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조진영 기자] “세월호의 국민적 슬픔을 법과 원칙에 맞게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을 깊이 명심해야겠다.”(지난달 31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7·30 재보선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연일 ‘법과 원칙에 입각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재보선 민심이 이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법과 원칙을 넘는 과도한 요구로 세월호 특별법 및 관련 국조 청문회에 대해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원칙’ 속에는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위원회에 절대로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과 더불어 특검추천권도 야당에 줄 수 없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동안 전국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는 새누리당의 이러한 판단과 결이 다른 민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사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4%였고, 23%는 의견을 유보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가 얼마나 밝혀졌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64%로 ‘밝혀졌다’(31%)의 두 배를 넘었다. 또 세월호 사고 관련 검경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가 66%, ‘신뢰한다’가 28%로 나타나 검경에 대한 불신도 상당함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여당이 재보선 기간 호소한 ‘경제살리기와 안정적 국정운영’이 야당의 선거전략이었던 ‘세월호 참사 정부심판론’보다 유권자들에게 더 호소력 있게 다가왔던 것일까.
이에 대해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외부적인 상황 요인들이 옛날처럼 실제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또한 제왕적인 공천권 행사 같은 부분들이 상당히 유권자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를 부각시키면서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정면으로 내세우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의 공천 파동 등 내부적 치부를 드러내며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야당 스스로 내부 개혁은 게을리한 채 세월호 참사를 선거 핵심 전략으로 끌어들이며 스스로 세월호를 ‘정쟁’의 한 가운데 자리잡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여야 모두의 정치력 부재와 무능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들만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박상훈 대표는 “유가족은 치료·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 문제해결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도 큰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재보선 결과는 국민들이 세월호를 잊었다기 보다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해야한다”며 “야당이 선거에만 활용하기보다는 설득력있는 대안을 내놨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고, 여당도 선거 승리에 도취해서 세월호 진상조사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반짝 승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