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 매각이 안갯속에 빠졌다. 이번 주(22~26일) 투자자들의 이목은 이스타항공의 매각 향방에 쏠렸다. 애초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임금 체불 문제 등에 막혀 중단된 상황이다. 애초 약속한 딜 클로징(거래 종결)은 오는 29일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후보자 명단을 주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신규 이사와 감사는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이스타항공 매각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스타항공은 내달 6일 다시 임시주총을 열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시한지 6개월이 넘었다. 이처럼 인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로 제주항공은 태국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거래 종 시한은 오는 6월말까지이나, 해외기업결합심사 미승인의 이유 등으로 인수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인으로는 제주항공의 어려운 재무사정이 꼽힌다.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계약 성사를 위해 이스타홀딩스에 계약금 약 120억원을 제외한 차액인 425억50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여유자금 부족한 상황에 이스타항공 인수 시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주항공 측이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매각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놓고 갈등 중이다. 이스타항공 임직원은 다섯 달째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약 250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 체불임금을 제주항공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이스타항공 대주주 주식 매입 자금 출처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자본금 3000만원의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100억여원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해명 자료를 통해 “자금 확보는 사모펀드와 협의를 통해 적합한 이자율로 주식거래도 회계법인과 세무법인이 실시한 각각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