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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둘째 날 ‘신냉전시대 갈림길, 기업의 셈법은?’이란 주제하에 진행한 다섯 번째 세션 ‘다시 그리는 한반도 경제지도’에서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다.
세 명의 대담자 사이에서 쟁점으로 부각한 것은 현재 한국의 기업 내 오너 경영 논란이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기업들이 최근 지배구조개선과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동근 원장은 “대기업은 최근에 사정 당국의 수사가 많아졌다고 한다”라며 “기업지배구조나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투자를 하거나 고용을 늘리기가 너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도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전문경영인과 대기업 오너가 상당히 우수하고 열심히 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오너들의 경영권에 대한 비판이 일본에 비해 아주 심하기에 기업경영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도 기업의 오너가 소위 3세, 4세로 내려오면서 갑질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경영인에게 중요한 것은 업적과 결과인데 그들에게 도덕적인 걸 많이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기가 있는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다,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며 “재벌을 계속 공격하기보다 벤처나 경쟁력 있는 자영업을 통해 소모적 싸움을 없애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장병규 위원장은 “저는 이사회 시스템 신봉자”라고 전제한 뒤 “한국에서 기업지배구조를 놓고 오너 시스템이 맞냐, 이사회 시스템이 맞냐 논쟁을 하면 이분법처럼 ‘오너가 좋다’, ‘이사회가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기업을 직접 해보면 오너 시스템과 이사회시스템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라며 “선진국이란 건 인권에 근간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회인만큼 경제시스템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침체를 우려하는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해서 “결국 경제는 심리다”며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릴 문제가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잘 풀리지 않는 만큼 우선 개개인들이 가끔 하늘을 보면서 각박함을 벗어나 여유를 찾다 보면 그런 미시적인 움직임이 결국 거시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장 위원장은 1세대 벤처기업가로 1996년에 1세대 포털 네오위즈 공동 창업을 시작으로 검색업체 첫눈, 서바이벌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인 블루홀, 스타트업 투자사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까지 네 차례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켰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문재인정부의 4차산업혁명 대응과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맡았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한 관료 출신이다. 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를 거쳤으며 009년 공직생활을 은퇴한 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근부회장으로 8년간 재직했다. 2017년부터는 현대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외 경제이슈를 통찰력 있게 분석·제공함으로써 국내외 기업들에 알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내 ‘한국통’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의 기업 지배구조, 노동시장,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30년 넘게 연구한 경험을 살려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이 사회적으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더 짙어졌으며, 이 같은 점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수학했다. 1980년대에 한국산업연구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