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감자’ 예타 면제 SOC…지방 부동산시장 영향은

3년째 지방 주택 시장 침체의 늪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 통해
토지 중심으로 시장 활성화” 기대감
“혈세 낭비에 잠잠해진 집값 자극...
주택시장 양극화 더 초래” 지적도
  • 등록 2019-01-28 오전 5:00:00

    수정 2019-01-28 오전 5:00:00

지방 주택시장이 2016년 하락장으로 전환한 이후 3년째 아파트 매매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 포항 시가지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뉴스1)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를 대대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29일 사업지를 발표한다. 부동산시장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타 면제가 확정되면 사업 수혜지역 땅값이 오르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첫 삽을 뜨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다, 지역 기반산업이 무너진 상황에서 단순히 건설만으로는 ‘경기 부양→고용 창출→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지방 숙원사업, 예타 면제시 수혜지 땅값 들썩

지방 주택시장은 지난 2016년 하락장으로 전환한 이후 3년째 아파트 매매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한해 0.28% 떨어진 이후 2017년 0.41%, 지난해 3.09%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산업이 고꾸라지면서 주택 수요도 함께 사라져 갈수록 주택시장 침체의 늪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작년 한해만 놓고 보면 울산 아파트값은 9.93%나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서울이 8.03 %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시장이 초토화됐다. 장기간의 조선업 불황으로 협력업체 수백 곳이 문을 닫으면서 중개사무소엔 매물만 쌓여 갔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아파트값이 8.68% 떨어졌고, 인접한 충청북도(-6.07%), 경상북도(-5.91%)은 물론 부산도 지난해 3.57%나 내리며 이전 활황기 명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는 경기침체 속도를 부추기는 결과이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철도·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시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을 통해 고용 부진을 해소하고, 지방 경제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복안이다. 예타는 이러한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해도 될지 말지를 따져보는 제도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의 신규사업에 대해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에서 탈락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현재 각 광역단체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출한 예타 면제 신청 사업은 모두 33건, 61조 2518억원(서울 동부간선도로확장사업비 미포함) 규모다. 경남에서는 남북내륙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를 잇는 191㎞ 구간에 고속철도를 놓겠다는 이 사업은 사업비가 5조 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내년 철도 전체 예산(5조5000억원)과 맞먹는다. 충남도와 경북도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공동건의했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관광벨트 연결하는 총연장 330㎞로 총 4조원이 넘게 소요되는 사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 해당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예타 면제에 따른 기대 심리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거시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라 이러한 SOC사업으로 지방 부동산 전체가 살아나기는 어렵고 토지 시장을 중심으로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올 한해 SOC 사업, 택지지구 조성 사업 등을 통한 토지 보상비만 22조원에 달한다”며 “토지보상금은 대체로 인근 토지나 부동산으로 재투자되는 특성이 있다. 예타 면제로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의 투자수요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지역균형·경기 부양” vs “부동산 투기 부작용”

앞으로 각 지자체의 어떤 사업이 예타 면제 결정이 나더라도 ‘토목 건설로 인한 경기 부양’이라는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투자와 고용부진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경기를 부양하려는 수단으로 건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내심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속셈이 더 클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 SOC 사업은 결국엔 땅값과 집값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잠잠해진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승우 금융연구실장은 “예타는 경제적 수익성에 치중해 분석하다보니, 인구가 적은 지역은 낙후지역에서 한없이 벗어날 수 없다”며 “도로·철도·병원 등 대규모 기반 시설을 먼저 구축한 뒤 인구 유입과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방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공시가격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지방숙원사업이 예타면제 혜택으르 받더라도 곧바로 반등 국면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꿈틀댄다면 정부가 다시 규제를 가하는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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