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미쳤다" 고삐 풀린 서울 주택시장

지방과 집값 격차 더 벌리는 서울
규제 강화에 지방주택 팔아 서울 투자
강북서도 역대 최고가 거래 잇따라
임대주택 등록 늘어 시장 매물 '뚝'
  • 등록 2018-08-23 오전 5:30:00

    수정 2018-08-23 오후 1:33:27

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들끊고 있다.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다.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단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10차 전용면적 186.42㎡는 지난 11일 23억5000만원에 팔렸다. 두달 새 1억5000만원이 뛰어 이 단지 면적형 기준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올 들어 거래가 없었던 서초구 방배동 브라운스톤효령 전용 173.97㎡는 지난 15일 신고가인 16억4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집값 상승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북에서도 역대 최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는 지난달 거래금액이 처음으로 12억원을 찍었다.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는 전용 59㎡가 지난 6월에 이어 이달에도 역대 최고가인 8억1000만원에 팔렸다.

다주택자 잡으려다 ‘똘똘한 한채’ 몸값만 높여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놓고 ‘규제의 역설’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후 역대급 고강도 투기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오히려 서울 주택시장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이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내놨고 올해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워낙 강력한 규제책이었기에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상당수 매물이 시장에 풀린 것이다.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물건들이 주로 수도권이나 지방에 있는 집들이어서 서울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만 부추긴 꼴이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2월 0.94% 뛰는 등 줄곧 오름세를 이어왔다. 반면 지방의 경우 작년 12월(-0.01%)부터 8개월 연속 약세를 유지하고 있고 낙폭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양도세 중과, 종부세 인상 등)되자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이 짙어졌고, 결국 서울 강남 등 전통적인 인기지역과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된 여파다. 지난 4월 둘째 주부터 강남4구도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며 한때 집값 하락론자들의 의견에 힘이 실렸지만 15주만인 7월 셋째주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꾸준히 상승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매물 없으니 부르는 게 값…“부동자금, 다양한 투자처로 물꼬 터줘야”

정부의 공세에도 주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한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는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임대의무 기간 8년)을 선택했다. 한달에 5000명을 넘기 어려웠던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 건수는 올해 1,2월 각각 9000여명을 기록했고, 3월에는 무려 3만500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까지 등록된 누적 임대주택 수는 117만6000가구다.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최소 4년에서 8년이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없다.

이는 시장의 수급(수요와 공급) 균형을 깨뜨렸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집계하는 매매수급동향지수는 8월 둘째주 100을 돌파했다. 매매수급동향지수는 0~200 범위로 산출되는데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매수 희망자가 조금만 늘어도 매물을 차지하려는 경쟁에 불이 붙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M공인 관계자는 “꼭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분위기를 보겠다는 식으로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도 많아 매도 호가가 널뛰기한다”며 “최근에 매수 문의가 늘어나니 집주인들의 입김이 더 세졌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N공인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거래가 많을 때는 보통 3000만~5000만원 정도씩 올라가던 가격이 요새는 한번 거래될 때 억단위로 껑충 뛰어서 팔린다. 뛰는 호가를 수요가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멈추면 매물이 늘어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 퇴로를 만들어주고 부동산이 아닌 새로운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지수 추이(자료: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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