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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이모(24·여)씨는 22일 “졸업 사진 대신 과 동기들과 자체적으로 기념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며 “졸업 가운과 학사모는 학교에서 무료로 빌리고 촬영은 사진을 공부하는 후배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대학 생활 추억이 깃든 동아리방이나 캠퍼스 곳곳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게 훨씬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인턴·공시족·졸업유예로 동기들 흩어져 졸업앨범 무의미”
캠퍼스의 추억을 담은 졸업앨범을 포기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취업난에 마음이 편치 않은 데다 주머니 사정까지 여의치 않아서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졸업앨범 촬영 시즌을 시작했지만 졸업앨범 구입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양대가 졸업앨범 신청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5년 2월 1182명에서 지난해에는 933명으로 줄었다. 이번 졸업예정자 4000여명 중 졸업앨범 구매 의사를 밝힌 인원은 990명으로 조사됐다.
서강대의 경우 지난해 2월 앨범 신청자수는 691명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500명에 그쳤다. 연세대 역시 최근 3년 동안 앨범 신청자가 해마다 300∼400명씩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졸업앨범을 담당하는 사진관 관계자는 “평균 70%의 구매율을 보이던 고려대도 올 들어 60%대로 줄었다”며 “졸업 앨범이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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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을 찾는 학생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는 비싼 비용에 대한 거부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거나 인턴·어학 연수 등으로 동기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찍는 졸업앨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중앙대 4학년 양모(29)씨는 “입학 이후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들도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 등 저마다의 이유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다”며 “졸업 시점이 같다는 이유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찍느니 차라리 안 찍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틀에 박힌 졸업앨범 대신 친한 친구들과 자유로운 복장으로 ‘졸업용 우정 화보’ 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8월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김모(24·여)씨는 “학과 친구들 몇 명과 돈을 모아 스냅 업체에 촬영을 맡길 것”이라며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스냅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스냅 촬영 전문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는 예약의 절반 이상이 졸업 사진 관련 문의”라며 “1인당 2만~5만원이면 충분해 학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에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심리적 여유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