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산업계는 '희비교차'

  • 등록 2016-10-25 오전 6:00:00

    수정 2016-10-25 오전 6:00:00

국제유가 월별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 자료: 한국석유공사)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산업계의 체감 온도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유가 상승은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공급 감소 때문이라는 점에서 가격 부담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수요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 20달러대에서 시작한 국제 유가는 2월 30달러, 3월 40달러를 넘어 6월 이후 40~50달러 박스권에 머물다 이달 들어 50달러를 돌파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유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공식 회의에서 당초 전망을 깨고 감산 합의가 도출됐고 연내에 실제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발표한 ‘상품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유가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53달러에서 55달러로 올려잡았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2014년 이후 나타난 시장 급락에서 재균형을 잡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OPEC의 9월 감산 합의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OPEC은 다음달 30일 정례회의에서 국가별 생산량 한도를 배분하는 등 감산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조선사 유가 상승 호재에 수주 잇따라

이같은 유가 상승 분위기에 산업계의 희비는 엇갈린다.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쪽이 대부분이지만 저유가에 발목이 잡혀 있던 일부 산업은 기대감을 커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 국면을 반기는 분야는 조선·플랜트 업계다. 올들어 지속적으로 유가 상승 훈풍이 불면서 북해 투입용 대형 잭업리그(Jack-up Rig) 등 해양유전 시추설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 14일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 잭업리그의 명명식을 열고 연내 인도를 예고했다. 추가적인 유가 상승이 이뤄진다면 앙골라 소난골과 협의중인 해양프로젝트도 인도 또는 매각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회사 적자의 주범이었던 해양프로젝트를 13개 건조중이며 이 가운데 5개를 연내 인도해 유동성 위기 등 경영난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최근 1개월 사이에 영국 BP가 발주한 1조원 규모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FPU)의 사업자로 내정된 것은 물론 LNG선 2척, 유조선 4척 등을 쓸어담으며 수주 낭보를 잇따라 전했다. 현대중공업(009540)도 이달 들어 유조선 2척을 수주하는 등 쪼그라든 조선 발주시장에서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머스크사의 대형 잭업리그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정유·석유업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지 우려

반면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들은 당장 원재료 비용이 오르는 것이 부담이다. 예전처럼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가 꾸준히 이뤄지는 국면이라면 유가 상승폭보다 제품가격 인상폭이 더 크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 모두 확대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수요 창출은 오로지 저유가에 힘입은 결과였다. 다시 말하면 유가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 정유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시그널로 해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이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게다가 내년부터는 중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품질의 휘발유, 경유를 만들어 수출할 전망이라는 점도 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t당 345달러에 불과했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들어 450달러선까지 뛰어올랐다. 10개월새 원가 부담이 약 30% 늘어난 셈이다. 그나마 최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의 독일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에틸렌 등 주요 제품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국내 업체들로서는 유가 상승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LG화학(051910), 한화토탈 등 NCC(나프타분해공장)를 보유한 석유화학사들은 설비를 일부 보완해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써 일부 대체투입하거나 원료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해운은 울상..배럴당 1달러 올라도 연간 340억 손실

항공·해운처럼 연료비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업종도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연간 3000만배럴 이상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료비용 부담이 3000만달러(약 340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뜻이다.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할증료 등을 부과하긴 하지만 결국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항공업계는 연비가 높은 신기재를 지속적으로 도입하면서 연료비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117930) 법정관리 등으로 어수선한 해운업계는 그동안 불황 속 버팀목이었던 저유가 국면이 옅어지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최대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운임 인상 효과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OPEC의 11월 정례회의 결과가 미지수이고 실제 감산 돌입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나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년 유가 수준은 배럴당 평균 50달러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시 산업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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