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블레스오블리주]거꾸로 가는 세금..기부 확산 '발목'

소득공제서 세액공제로 전환..기부금 감소 우려
"한 해 기부금 2조원 줄어들 것"
"중산층 고소득자 기부금 확산 위한 세제 혜택 확대 필요"
법인 기부, 자원봉사 등 유도할 정책도 미흡
  • 등록 2015-10-05 오전 6:00:00

    수정 2015-10-05 오전 6: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장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행태다. 세계 최대 기부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빌 게이츠는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유세 과세보다 기부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부의 취지는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적절한 보상 메커니즘을 만들어주는 사회적 기반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의 많은 나라가 조세정책을 통해 기부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부를 장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부 확산의 발목 잡는 세법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득액의 100% 한도 이내에서 기부금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졌던 이전과 비교하면 혜택이 대폭 축소됐다.

기부를 할 여력이 많은 중산층과 고소득자들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특히 감소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종합소득이 5억원인 A씨가 3600만원을 기부할 때 세법 개정 이전에는 공제액이 1368만원이었지만, 세법 개정 후에는 600만원으로 768만원이 감소한다. 활발한 기부를 펼쳐야 하는 중산층과 고소득자의 기부 의지를 꺾는 세법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국재정학회는 세법 개정에 따라 한 해 세입이 3057억원 늘어나지만 기부총액은 2조376억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부금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조사 결과, 올해 1~4월 기부금액은 49억원으로 지난해 55억원에 비해 10% 줄어들며 기부금 감소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기부에 대한 세제지원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소득금액의 50% 한도 내에서 기부금 전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도 기부 금액에 대해 20~40% 소득공제로 빼준다. 우리나라는 기부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법인기부에 대한 유인책도 적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법인 기부는 기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금 전액이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고 한도가 정해져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년 한도 이상으로 기부를 하는 기업 수는 1만개가 넘는다. 한도 초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부금액은 1조1499억원에 달한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기부연금제도 도입과 세제혜택 부여, 자원봉사활동 등 용역기부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4%로 높이고, 6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에 대해서는 38~5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전경련은 개인기부에 대한 세액 공제율 상향 조정과 함께 법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법인 역시 매출을 포기하고 직원들이 봉사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기부금액을 산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진영 민주정책연구원 박사는 “금전과 용역에 대한 기부활성화가 필요하며 중산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합리적인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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