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특수?..TV홈쇼핑도 장사 안되긴 매한가지

6월 들어 CJ·GS TV홈쇼핑 주문액 14~16% 감소
메르스 여파로 패션·이미용 용품 찾는 수요 줄어
주력 채널인 TV홈쇼핑 부진으로 전체 판매 상황도 악화
  • 등록 2015-06-17 오전 3:00:00

    수정 2015-06-17 오후 4:30:06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영업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메르스 확산 이후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식료품과 위생용품의 판매고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주력인 TV채널에서 패션·이미용품 등 전통적 인기 상품 판매고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전체 판매 성적은
▲6월 1~14일 CJ오쇼핑과 GS홈쇼핑 전년 동기 대비 취급고 신장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035760)의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과 모바일 주문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GS홈쇼핑(028150)의 온라인·모바일 주문액도 같은 기간 23% 늘었다.

메르스 확산 이후 소비자들이 매장에 직접 들르는 대신 집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더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홈쇼핑 업체들이 메르스 확산의 수혜자라는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의 주력 판매 채널인 TV를 통한 판매 상황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CJ오쇼핑의 TV채널 주문액은 이 기간 16% 감소했다. GS홈쇼핑의 TV채널 주문액도 14%나 줄어들었다. 주력인 TV채널의 판매 부진으로 CJ오쇼핑의 주문액은 전년과 똑같아졌고, GS홈쇼핑의 주문액도 전년대비 1%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홈쇼핑 업체들이 세월호 참사 여파로 여름 성수기 특수를 누리지 못한고 부진한 성적을 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판매상황도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온라인 채널보다 TV채널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TV채널이 전통 인기 상품인 패션과 이미용 관련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자 수가 150명을 넘고 사망자 수도 19명 달하는 등 사회 분위기가 어두운 상황에서 패션 이미용품 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며 “온라인채널에서 판매가 늘어난 제품도 위생용품과 식품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전체 매출 증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6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바캉스 관련 상품군 매출도 줄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여름 장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바캉스 관련 상품이 평균대비 매출이 10%~15%는 줄어들고 있다”며 “TV홈쇼핑 업계가 메르스 덕을 볼 것이라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의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지만, 홈쇼핑에는 ‘남의 집 잔칫상’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홈쇼핑 회사들은 강기능식품의 판매 시간 편성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사실상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접었다.

다른 판매채널과 달리 홈쇼핑은 제품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판매된 제품의 품질에 대해 홈쇼핑에게 함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가짜 백수오 제품의 불똥이 홈쇼핑에게 직격탄을 줬던 이유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건강기능식품은 함부로 손을 못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완전히 검증된 제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은 당분간 홈쇼핑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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