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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음악 전문 성악가와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의 등장, 박효신·류정환·신영숙 등 믿고 보는 실력파 배우들까지.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뮤지컬 ‘팬텀’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팬텀은 3개월 동안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1991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한국에서의 첫 무대다. 원작자이자 작곡가인 모리 예스톤이 이번 한국 버전 제작에도 참여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세계 3대 뮤지컬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가스통 르루의 동명소설(1910)을 무대로 옮긴 만큼 두 작품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 관객의 관심사 역시 두 작품이 얼마나 다른가다. ‘팬텀’과 ‘오페라의 유령’을 비교해봤다.
팬텀 가면 10여개…발레·200여벌 의상 볼거리
예스톤 “미국식 뮤지컬 vs 클래식 오페라”
총 30곡 버전…한국배우 위해 4곡 만들어
원작이 같다고 해서 작품의 내용이 비슷할 거라는 오해는 버려도 좋다. 또 다른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수식어답게 ‘팬텀’은 르루의 원작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다르게 해석했다. 우선 탄생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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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웅장한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팬텀’의 코믹적 장치는 대비되는 요소다. 예스톤은 “중요한 것은 작품을 관객에게 맞추는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 관객을 위해 4곡을 더 만들었다. 발레대목도 늘렸다. 원작을 고집하는 것만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적인 요소가 많은 반면 ‘팬텀’은 굉장히 미국 뮤지컬스럽다고 설명했다. 예스톤은 “댄스안무도 다르고 한국 배우들은 재미있다. 코미디도 들어가 있다. 러브송도 있다. 원작은 같지만 다른 드라마를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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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선혜 등장…한국버전 직접 봤더니
28년 관록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른 이야기 눈길
배우 입체감·‘내고향’ 등 귀 감기나 킬링넘버 아쉬워
첫날 공연에 앞서 만난 예스톤은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수많은 ‘팬텀’을 봤지만 한국버전이 단연 최고”라며 한국 제작진과 배우연기에 대한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팬텀 역의 박효신만큼 노래를 잘 하는 배우는 없었다. 뉴욕에서라면 슈퍼스타가 됐을 것”이라며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 역시 음악적으로는 물론이고 드라마 스킬도 뛰어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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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구조의 대형무대는 화려하면서도 전환 속도가 빨라 관객의 눈을 압도했다. 하지만 무대의 상징인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은 긴장감이 떨어져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넘버도 아쉽다. ‘오페라의 유령’ 하면 동명의 주제곡을 비롯해 ‘바람은 그것뿐’ 등이 떠올려지지만 ‘팬텀’에는 이같은 ‘킬링 넘버’가 없었다. ‘파리의 멜로디’ ‘넌 나의 음악’ ‘내 고향’ 등이 귀에 감기긴 했으나 파괴력은 없었다. 터질 듯 이내 끝나버리는 넘버는 좋은 목소리의 배우성량을 다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팬텀’의 과거 장면은 발레로 입체감 있게 되살아났다. 하지만 관객 취향에 따라 간혹 전체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극중 형편없는 노래실력으로 오페라극장의 디바 자리를 꿰차는 ‘마담 카를로타’ 역의 신영숙, ‘제라드’ 역의 이정열은 무게감을 더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7월 26일까지. 02-517-6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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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텀 원작자 예스톤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 당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