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계청 조사결과 청년실업률은 지난 1999년 통계기준 변경이후 가장 높은 11.1%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심각한 구인난으로 아우성이다.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하는 결정적 장애물은 ‘낮은 임금과 복지수준’이다.
일부 기성세대는 중소업체 취업을 기피하는 젊은이 들을 두고 “아직도 배가 불렀다”,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라며 질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봉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청년들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 현격한 임금격차를 무시하고 대기업 대신 중소업체 입사를 택한 젊은이들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젊은이들이 중소업체를 꺼려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백한 만큼 해법도 확실하다. 낮은 임금과 복지수준을 대기업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갈수록 대기업의 이익은 커지는 반면 중소업체 이익은 급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국가대표 대기업인 삼성전자(005930)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8년 5.7%에서 2010년 11.0%, 2013년 13.8%로 급등했다. 반면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4.6%, 7.2%, 4.2%로 감소 추세다(산업연구원). 현대자동차(005380)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08년 5.8%에서 2013년 8.9%로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차 비계열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6%에서 3.3%로 오히려 줄었다.
이 결과 삼성전자 대비 협력업체의 임금수준은 2008년 53.5%에서 2013년 44.7%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현대차 대비 비계열사 협력사 임금수준도 이 기간 58.3%에서 55.9%로 차이가 더 커졌다. 요컨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업체 임금수준은 두 대기업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회사이익과 직원 임금과의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대기업과 협력사간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협력업체 이익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득달같이 원청업체인 대기업 구매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옵니다. 부품 납품가를 대폭 낮춰라는 압력이 내려오는 겁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의 협력업체 ‘이익 옥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협력업체가 마땅히 가져가야 할 이익을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가로채는 ‘갑질’이 확산될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중기 구직난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중소업체 구인난과 청년실업 문제의 근원은 어찌보면 ‘가격결정권’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상생경영이 사회적 이슈다. 대기업들은 상생을 진정 실천하고자 한다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가격결정권부터 협력업체들과 나눠야 한다. 정부도 중소업계의 임금상승은 가격결정권의 공평한 실현없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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