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터줏대감 사라졌다‥안갯속 판세 '수원벨트'

수원을(권선)·병(팔달)·정(영통) 등 '수원벨트' 르포
신인과 거물간 대결구도‥여야, 안갯속 수원 총력전
  • 등록 2014-07-22 오전 6:37:34

    수정 2014-07-22 오전 9:06:56

지난 20일 오후 수원역에서 7·30 수원 을·병·정 등 이른바 ‘수원벨트’에 출마한 후보들과 새누리당(사진 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수원벨트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이데일리 김정남 조진영 기자] “예전에 남경필씨(현 경기지사)는 여기 사람들이 잘 아니까 찍었지. 여기서 쭉 있었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어.”

지난 18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 인근. 기자가 만난 60대 자영업자 A씨는 7·30 수원병(팔달) 재보선에 나선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생소하게 느끼는 듯했다. 김 후보는 당초 수원병(팔달)이 아닌 수원갑(장안)에서 정치활동을 해왔고, 손 후보는 그간 성남·광명 등을 지역구로 뒀던 탓이다. 그는 가까이 있는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기리키면서 “일단 후보들을 한번 보고 결정해야지”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큰 남경필의 빈자리

수원의 심장으로 불리는 팔달은 새누리당 깃발이 수십년째 꽂혀있었다. 남경필 지사가 내리 5선을 하면서다. 수원의 구도심인데다 주로 중장년층의 자영업자들이 여론을 형성해 보수색이 짙다는 평이다. 그렇다고 여당의 ‘텃밭’까지는 아니다. 화서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40대·여)는 “여긴 영·호남 같은 곳은 아니다. 정당보다 사람이 기준이다”면서 “이번에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안방을 사수하는 신인’ 김 후보와 ‘적진에 뛰어드는 거물’ 손 후보는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어 보였다. 18일 만난 김 후보는 가수들이 주로 하는 이어 마이크(휴대용 확성기)를 착용하고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는 “정치 신인이다보니 상대 후보에 비해 인지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제 강점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자신(44세)보다 고령인 손 후보(67세)를 겨냥했다.

손 후보는 텃세에 다소 시달리는 눈치였다. 선거 베테랑인 손 후보도 연신 “어려운 지역임에 틀림없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경기지사 등을 역임하면서 쌓은 높은 인지도를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경기도청은 팔달에 위치해있다. 손 후보가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자 ”유명하신 분이네” “TV에서 봤다” 등의 반응들이 나왔다.

‘野 안방’ 수원영통도 안갯속 판세

수원팔달만 ‘혼돈’인 게 아니다. 이번 7·30 재보선은 수원의 4곳 중 무려 3곳에서 펼쳐지는데, 수원정(영통)과 수원을(권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야가 사활을 건 승부처인 이른바 ‘수원벨트’ 전반이 안갯속인 것이다. 특히 수원영통은 팔달과 여야만 바뀌었지 ‘판박이’ 같은 지역구다. 2004년 팔달에서 분구한 영통은 김진표 전 새정치연합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인근 삼성전자(005930) 등에서 일하는 젊은층이 많아 진보색이 강하다.

영통 역시 신인과 거물간 대결이다. 3선 중진 출신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새누리당 후보로서 적진에 뛰어들었고, 이에 맞서 MBC 보도국장 출신 박광온 전 대변인이 새정치연합 후보로서 텃밭 지키기에 나섰다. 임 후보는 지역색을 최대한 감춘 채 ‘경제전문가’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임 후보는 성남 분당을에서 16~18대 내리 3선을 했다. 정치 초년병인 박 후보는 ‘김진표 지지세’를 붙잡는데 전력하고 있다. 박 후보는 “김 전 의원이 본인 선거라고 생각하더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영통주민들 눈에는 아직 ‘이방인’일 뿐이었다. 영통역 인근 공원에서 만난 주부 임미선(34)씨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아직은 잘 모른다”면서 “우리에게는 정치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아주대에 재학 중인 서지훈(26)씨는 “작은 것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재보선에 관심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여야 모두 최대 승부처로 여기는 수원벨트의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특히 팔달과 영통의 판세가 그렇다. 두 지역구의 최근 각종 여론조사상 흐름도 박빙구도다. ‘터줏대감 남경필·김진표’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간단치만은 않은 것이다.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와 백혜련 새정치연합 후보간 ‘여검사 대결’로 관심인 수원권선 정도만 여론흐름상 여권의 박빙우세가 점쳐질 뿐이다.

승부의 추 뒤바꿀 ‘야권연대’

추후 선거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정가의 최대 관심사인 야권연대 가능성 때문이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직접 나선 영통이 특히 관심이다. 천 후보는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7% 이상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박광온 후보와 연대 여부가 ‘승부의 추’ 자체를 뒤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천 후보는 기자와 만나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힘으로 단일화하는 방향 밖에 없다”면서 “이것을 직접 호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팔달)와 박석종 후보(권선)의 행보도 주목된다.

권선에서 만난 택시기사 고영철(57)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기득권 세력은 고정표가 있는 것 같다”면서 “그걸 이기려면 야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연대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정략적으로 합친다는 것이다. “지역 나눠먹기식 야합”(김용남 후보) “속이 뻔히 보이는 정치쇼”(임태희 후보) 등 새누리당 각 후보들도 기자가 야권연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가 무섭게 곧바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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