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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광장에 나온 느낌입니다.”
여전히 대중에게 ‘우주인’으로 각인돼 있는 고산 씨(37).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놓친 ‘불운의 우주인’ 고씨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란 비영리 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인이 됐으면 좋았겠죠. 우주에서 돌아와 주로 강연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교육활동에 종사했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답답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틀에서 벗어나 광장에 나와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택한 ‘광장’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세운상가 5층의 한 사무실이다. 각종 전자부품을 판매하는 1970~1980년대 ‘전자산업 메카’였지만 용산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던 그 곳이다. 고씨는 이곳이 제2의 벤처붐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씨가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한 건 지난 2011년. 타이드는 기술(Technology), 상상력(Imagination), 디자인(Design),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뜻하는 영어의 앞 자음을 조합한 단어다. 거대한 물결을 형성하는 조류(Tide)처럼 새로운 창업 분위기를 형성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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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맞춤형 제조시장’이 다가올 겁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결합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엔 공장에서 일어났던 일이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컴퓨터와 개인 작업실에서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 제조업을 완전히 바꿀 겁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입니다. 국내에서 다양한 제조업 창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미 ‘제조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3D프린터 등 새로운 제조기기의 발달로 기존에 공장에서 만들었던 제품들이 이제는 가정, 소규모 기업에서 제작되고 있다. 웹상에 있는 다양한 설계도면을 3D프린터, 레이저 커터에 입력만 하면 제품이 만들어 진다. 물론 수정해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고씨는 지난 4월 타이드 사무실에 ‘팹랩(Fab lab) 서울’을 마련했다. 말 그대로 ‘제조 연구소(Fabrication+Laboratory)’다. 서울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를 통해 크라우드펀딩과 서울시 지원, 상금 등으로 운영비를 마련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3D프린터를 비롯해 탁상용 CNC 밀링, 비닐커팅기, 레이저 커팅기를 배치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큰 비용을 들지 않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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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드 인스티튜드는 창업진흥원과 함께 오는 13일부터 8월 말까지 서울 마포 강북청년창업센터에서 ‘타이드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첨단기술 교육부터 실제 시제품 제작, 더 나아가 투자 발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이런 다양한 아카데미를 통해 야심찬 예비창업자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조업 물결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내려놓고 광활한 광장에 선 고씨. 우주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물론 그는 더 큰 광장도 내다보고 있다.
“우주는 돈 내고 갈 수 있는 시대니 언젠가 가겠죠. 그보다는 국내에 다양한 제조업 창업붐이 일어날 수 있는 조력자가 중요합니다. 물론 언젠가 제 스스로 혁신적인 창업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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