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 왜 박근혜 저격수로 나섰나

  • 등록 2012-06-02 오전 6:00:00

    수정 2012-06-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치 9단’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연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포격의 시작은 박 전위원장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만남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박 전 위원장은 이에 지난달 21일 박 원내대표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참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싶어 저를 기쁘게 한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의 공세는 지속됐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의 원로자문기구 ‘7인회’도 정면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에겐 6인회가 있었는데 반은 감옥에 갔고 나라를 망쳤다"면서 "박 전 위원장에겐 7인회가 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에다 도저히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과거와의 단절’을 외쳐온 박 전 위원장이 실제로는 70년대 보수 세력과 다를 바 없다며 일침을 가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도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인도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 네루의 편지를 통해 역사 교육을 받았다”며 “박근혜 전 위원장은 독재자 박정희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생각할 때가 됐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생각도, 이념도 정리할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 사안을 말할 때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칼날을 거두지 않는다. 지역별로 1,2위가 바뀌는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을 “역동성과 희망이 있다”고 평하면서 “박근혜 벽돌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는 전당대회와 다르다”라며 비교했다.   1일에는 “민주당은 18대 국회 이래 계속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다”라면서 “많은 분들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직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한분이 반대를 하기 때문에 국회의 모든 의사가 무시된다”고 공격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은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흑색선전이 도를 넘었다. 거대 야당 위원장이자 정치 선배가 직접 나서 구태정치를 보여주니 후배로서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이정현 전 의원 역시 “한마디로 스토커 수준”이라며 “야당 대표가, 국민의 민생을 걱정해야지 이게 무슨 행태냐”고 맞받아쳤다.

박 원내대표의 공세는  차기 대선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을 견제하고 민주당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특히 4.11 총선 패배 이후 당내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 속에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며 ‘야성’을 찾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이박담합' 논란 속에 원내대표에 오른 만큼 물오른 대여투쟁력으로 본인의 존재감을 당 안팎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굳이 박 원내대표가 아니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는 후보에 대한 당연한 검증과정 아니겠나”라며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9일까지 공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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