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에 `지름신` 강림하셨나

별다른 근거 없이 목표주가 50% 이상 상향조정 빈번
주가 조정시엔 `외면`.."수급보다 펀더멘털로 가치산정해야"
  • 등록 2007-10-25 오전 7:06:52

    수정 2007-10-25 오전 7:06:52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최근 수급으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자 별 다른 이유 없이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종목의 목표주가를 30~60% 가량 올리면서도 이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심지어 직접 "수급 외에는 별 다른 호재가 없다"고 밝히는 경우도 있다.

목표주가를 대폭 조정한 뒤 `사후관리`에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 상반기 급등장에서 목표주가를 대폭 올렸다가 이후 오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애프터 서비스`를 하지 않고 방치해 현 주가와의 괴리율이 커지는 경우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목표주가 50% 상향조정하면서도 설명 부족

한국투자증권은 24일 NHN(035420)에 대한 목표주가를 21만5000원에서 3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종길 애널리스트는 NHN이 25만원을 돌파할 때까지 침묵을 지켰으나 기관의 매수세가 지속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자 목표주가를 대폭 올렸다.

그런데 홍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최근 급등은 펀더멘탈의 변화라기보다 수급 개선 덕분"이라며 "현재 NHN의 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홍 애널리스트는 NHN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대한 근거로 해외검색시장 진출, IPTV, 모바일사업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 신규사업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이 없는데다 예전부터 나왔던 재료라는 점에서 주가 급등의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앞서 지난 8일에는 한양증권이 삼영이엔씨(065570)에 대한 목표주가를 7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57% 상향 조정했다. 이는 현 주가인 5330원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연우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4분기 이후 대폭적인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 상향 조정의 근거를 설명했다.

또 15일 삼성증권이 소디프신소재(036490)에 대한 목표주가를 6만4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60% 올려잡았다. 양정동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빠른 설비 증설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소디프신소재는 태양광 테마를 바탕으로 상승하는 측면이 많아 과열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크레듀나 메가스터디,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인 포스코, STX조선 등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으면 목표주가를 높이는 게 당연하지만 무슨 근거로 목표주가를 추정하는 지에 대해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시엔 `외면`..인기 있는 종목에만 관심

주가가 목표주가 상향 조정 이후에도 꾸준히 오른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대폭 올리자마자 해당 종목이 조정을 거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주회사 네오위즈와 분할한 뒤 7월 2일 상장한 네오위즈게임즈(095660)는 상장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적정주가로 24만원에서 28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네오위즈게임즈 주가는 7월 9일 24만8000원까지 오르더니 이후 조정을 거치며 1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4일 종가는 불과 15만6000원. 굿모닝신한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 28만원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그런데도 굿모닝신한증권은 한달 넘게 묵묵부답이다.

CJ인터넷(037150)도 주가는 2만원을 밑돌고 있지만 목표주가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3개월 가까이 3만4000원~3만60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인터넷에 대해 "일부 기관이 계속 매도하면서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지만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는만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관이 대규모로 매수할 경우엔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올리고 매도할 때는 외면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급변한다고 매번 목표주가를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급락할 경우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줄 필요는 있지 않겠냐"며 "애널리스트들이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널리스트들이 수급에 기대지 말고 펀더멘탈만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해설:지름신)
지름신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사 버리는 사람이 믿는 가상의 신(神)을 말한다. 네티즌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 지름신이란 `물건을 구입하다`라는 뜻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지르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지름신의 특징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사용되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이나 기능보다는 겉모습과 디자인이 화려한 물건 등을 살 때 `지름신이 오셨다`라고 말한다. 즉 굳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건을 구매했을 때 그 탓을 `지름신`에게 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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