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가유산 훼손 사건이 또 발생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선릉을 훼손한 50대 여성이 14일 경찰에 체포됐다. 선릉은 조선 9대 왕 성종과 그의 세 번째 왕비 정현왕후 윤씨가 묻힌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여성은 이날 새벽 2시 30분께 선릉에 침입해 봉분에 주먹 하나 크기의 구멍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에 구멍이 발견돼 관계자가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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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릉에서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 충격적이다. 선릉을 훼손한 여성은 랜턴과 모종삽을 준비해 왕릉으로부터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국가유산에 방범 장치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황당하다.
지난해 12월 16일과 17일 두 번에 걸쳐 발생한 경복궁 영추문과 담장 훼손 사건 이후 8개월 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이 훼손된 믿기 힘든 사건으로 많은 이들에 충격을 안겼다. 손해도 막심했다. 국가유산청은 두 차례에 걸쳐 복구를 진행했는데 피해 복구비용으로 자그마치 1억 5000만원(1차 피해 복구비용 약 1억 3100만원·2차 피해 복구비용 1900만원)이 쓰였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받는다. 국가유산에 낙서 등 훼손 행위가 발생할 경우 원상 복구 명령 및 비용 청구도 할 수 있다. 경복궁 영추문과 담장을 훼손한 피의자들 중 1명은 1심서 징역 2년에 3년간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국가유산 훼손 사건이 잇따르는 만큼 법에 따른 보다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선릉 훼손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가유산 관리 실태도 점검해야 한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국가유산이 훼손된 것은 관리 소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국가유산 주변 방범 장치를 확충해야 한다. 숭례문 방화 사건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정부는 이번 선릉 훼손 사건을 국가유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