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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동평리에서 이데일리 취재진이 만난 김재련(72)씨는 텅 빈 비닐하우스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집과 비닐하우스, 창고에 물이 가득 들어차 가전기기와 농작물을 모두 못 쓰게 됐다”며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이 근방 모든 가구가 한해 농사를 다 망쳤고, 당장 일상생활부터 막막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여름 장마에 내린 집중호우는 특히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일으켰다. 이날 방문한 동평리와 궁평리, 강래면 등 청주 곳곳엔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군, 자원봉사자들이 수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막대해 주민들은 “이전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해하는 상황이다.
청주시 흥덕구에서 샤인머스킷 농사를 짓는 홍모(66)씨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정부의 재난지원을 피부로 느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하며 알이 썩은 포도를 주워들어 보이기도 했다. 홍씨는 “올해 첫 수확인데 나무라도 살려보겠다고 포도를 전부 따서 버렸다”며 “지자체 등이 펼치는 통신비 지원이나 저금리 대출 같은 건 근본적인 도움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피해금액의 절반이라도 보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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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와 괴산군, 충남 논산시와 공주시 등 중부 지역은 특히 피해가 커 지난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다. 특별재난지역의 피해주민은 재난지금 지원과 지방세 감면 등 일반 재난지역에서 실시하는 18개 혜택 외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지방난방요금 감면 등 12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피해지역 소상공인에게 생계안정 긴급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지자체 또한 피해가구에 대한 긴급주거지원과 긴급생계지원 등 복지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당장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며 실의에 빠져 있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우(29)씨는 정부의 피해지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씨의 가게는 물이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까지 들어찼던 흔적이 역력했다. 이씨는 물이 빠지고 난 뒤 악취 때문에 벽과 바닥 자재를 모두 교체했고, 식탁과 의자 등 물품들도 폐기했다. 그는 “치킨포장재만 해도 300만원은 손해를 봤는데 소상공인 긴급지원금으로 100만원은 부족하다”며 “자영업자들은 1년에 세금을 수천만원씩 내는데 보상금은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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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자와 소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어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피해를 지원하려다 보니 주민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수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피해금액을 전부 지원할 수는 없다. 최소한 피해자들이 정부의 노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주민의 필요에 맞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여름 전국적으로 내린 집중호우 이후 집계된 시설 피해는 오전 11시 기준 1만2356건이다. 공공시설 8416건, 사유시설 3940건이다. 이 중 9557건만 복구돼 77.3%의 복구율을 기록하고 있다. 공공시설 피해로는 도로·교량 1315건, 소하천 942건, 산사태 845건, 하천 632건 등이 있다. 사유시설 중에서는 주택 2085채가 침수되고 213채가 파손됐다. 물에 잠긴 상가와 공장은 685동에 이른다. 농작물 3만6252ha가 침수되고 농경지 613.6ha가 유실·매몰됐다. 이 중 436.5ha는 낙과 피해를 봤다. 이를 합친 규모는 여의도 면적(290ha)의 127.1배에 달한다. 축사와 비닐하우스는 61.2ha 파손됐고 가축은 92만9000마리가 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