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눕자" 10년간 직업은 '환자'…보험금 수억원 꿀꺽[보온병]

1년에 5번꼴 입원, 최근 3년간 연평균 150일 이상
객관성 없고 반복적인 입원, 보험사 지적에 덜미
  • 등록 2023-07-08 오전 8:00:00

    수정 2023-07-08 오전 8:00: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10년간 총 49회, 874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광명시에 사는 A씨(53세)가 세운 입원 기록이다. 지난 2012년부터 약 10년간, 총 874일을 입원해 보험사 13곳으로부터 4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아냈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40대부터 일명 ‘나이롱 환자’를 직업으로 택한 A씨는 염좌, 추간판(디스크)질환, 타박상, 협심증 등 다양한 이유를 꾸며내는 성실한 모습뿐 아니라 적발 직전 3년간 연평균 150일 이상 입원하는 프로패셔널함도 갖췄다.

교통사고에 넘어지고 추락···보상금 청구 이유도 ‘다양’

보험 가입은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A씨는 2012년 5월부터 11개월간 보험사 13곳의 보장성보험을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보장 내용은 ‘고액 입원비’에 집중했다. 입원 1일당 질병입원비 27만원, 성인병입원비 38만원, 재해입원비 29만원 등 누워있을 수록 수입이 짭짤해지는 수입 구조를 만든 셈이다.

A씨는 강력한 실행력으로 보험 가입과 동시에 보험사기 작업을 시작했다. 주로 목격자 없는 단독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는 뒤로 넘어지는 사고로 총 70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듬해 5월엔 가슴부위 타박상으로 30일간 입원했다.

한두번 성공하다 보니 비교적 입원이 쉬운 병원을 찾는 등 노하우가 생겼다. 2014년부터는 입원기간도 길어졌다. 교통사고를 이유로 입원한 2014년엔 50일 이상, 2017년엔 낙상으로 80일 동안 병원에 누웠다. 경미한 질환이나 사고를 계속 일으켜 장기 입원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꼬리 길면 잡힌다···3년간 ‘연 평균 150일 입원’ 덜미

보험사들 역시 ‘객관성 없는 단독사고’와 ‘반복적인 과다입원’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한 보험사가 K-FDS(보험사기인지시스템)의 혐의스코어 기능을 활용해 A씨를 분석해 보니 특정 기간에 보험 가입이 집중됐다는 점, 목격자가 없는 사고가 많았다는 점 등 여러개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특히 ‘필요 이상의 과다장기입원’이 반복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50일 이상 병상에 누워있었는데, 보험사에서 연평균 100일 이상 입원하는 것을 보험금 편취 목적이라고 강력히 의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관리공단의 2018년 질병분류별 통계에 따르면 A씨 연령(50세~54세)의 연평균 입원일수는 협심증 13.8일, 경요추 염좌 및 긴장 8.2일, 추간판질환 7.3일에 불과하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4월 A씨를 보험사기로 적발했다. 다건의 보험사 집중가입 및 보험범죄 혐의가 인정되면서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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