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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일본 만화)가 한국 웹툰에 가려지고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못 박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태원 클라스’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 웹툰이 일본 독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일본 출판사들은 인쇄 기반의 만화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지난해 인쇄만화 시장 규모가 2.3% 줄어든 2조4814억원을 기록한 반면, 세계 웹툰시장 규모는 그 두 배인 약 4조8322억원 수준이다. 2030년에는 현재의 14배인 7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신성불가침(sancrosanct)’으로 여겨지는 일본 만화 읽기 형식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같은 순서로 읽어야 한다. 꽤 번거로운 읽기 방식을 두고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와모토 케이타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만화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의 괴짜들(geeks)이다.”
이와 달리 K웹툰은 스마트폰 에 최적화된 읽기 방식으로 쭉쭉 스크롤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이끌었던 ‘쿨 재팬’ 전략도 일본 만화의 해외수출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쿨 재팬 전략은 조롱받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은 쿨하다’고 강요하는 게 전혀 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2일 “애초에 오락 등 생활 관련 분야의 유행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주도해야 할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쿨 코리아’ 전략이 통한 한국에서는 콘텐츠 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에 맡긴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나마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로 2021년 기록적 매출을 일으킨 출판사 슈에이샤가 만화종주국으로서의 흔들리는 자존심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 못 한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만화책을 읽는 팬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서다. “만화가 결국 노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