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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금융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오는 21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상설화하는 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강 교수가 미국과의 상설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해도 위기 상황에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을 낮출 순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리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우리나라는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쌓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2008년에는 2500억달러 이상 보유고를 쌓으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우리 외환시장은 미국 달러화보다 더 불안하게 움직였다”며 “당시 95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수 개월 만에 1560원까지 급등했는데, 이 불안을 잠재운 건 결국 미국과의 임시 통화스와프 체결이었다”고 말했다.
또 “외환보유고를 무한정 쌓을 수도 없고, 보유고를 늘려도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를 비롯한 달러표시채권이라 이자율이 거의 없는 등 비용 부담을 크게 수반한다”며 외환보유고의 일정 부분을 통화스와프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4588억달러로, 전 세계에서 8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 외환보유고는 국내총생산(GDP)대비 28% 수준인데, 학계에서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보유고가 GDP의 50%는 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고 규모를 9300억달러로 권고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과의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지는 장점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강 교수도 “사실 미국은 우리처럼 과거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와는 이런 통화스와프를 잘 맺지 않으려 한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다만 “새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자 하고 미국 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상황이니, 한국 시장과 경제 안정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고민할 일이지만,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인 지도 잘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의 상설 통화스와프 규모에 대해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를 내려면 너무 작은 규모여선 안된다”면서 2020년에 맺었던 600억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봤다. 또 “과거 일본과도 통화스와프를 맺었던 만큼 새 정부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미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동시에 추진해 총 1000억달러 정도를 확보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