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때리기' 이제 시작…아베 '히틀러'되려 해"

'韓 귀화' 日 출신 한일관계전문가
日 극우파 '야욕 시나리오' 분석해
"아베 정권 태생부터 韓에 비판적
적으로 몰아 자국민 분노 끌어내"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호사카 유지|300쪽|지식의숲
  • 등록 2019-09-25 오전 12:35:00

    수정 2019-09-25 오전 8:27:38

한일관계전문가 호시카 유지는 “아베 신조 정권의 한국 때리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그 아래 “1945년 이전 대일본제국으로 돌아가려는 일본 극우세력의 야욕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야쿠자들이 아베 정권보다 의리가 있다.” 지난 7월 1일 일본에서 날아온 경제보복조치를 두고 나온 말이다. 한국의 급소를 예고 없이 찌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맹비난이다.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는 가장 비겁한 방법으로, 숨겨둔 칼을 꺼내 무방비상태인 옆 사람의 심장을 찌른 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몰아붙인다. 예상할 수 있는 경제보복인데 한국 정부가 방치했다는 일부의 의견에도 단단히 못을 박는다. “아무리 징조가 있었다 해도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실천에 옮긴다는 건 선진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쿠자보다도 못한 아베 정권’을 책망한 이는 일본 출신 한일관계전문가 호사카 유지(63·세종대 교수). 알려진 대로 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를 졸업하고, 한일관계를 공부하다가 한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접한 게 발단이었고, 독도문제를 보면서 일본을 등지기로 결심했다. 귀화인이면서 일본인 이름을 유지하는 덴 이유가 있단다. 독도는 물론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까지 일본의 억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일본 이름이 유리하겠다는 판단 때문에.

그런 그가 단순히 아베 정권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자고 나선 건 아닐 터. 맞다. 이내 살벌한 전망이 따라붙는다. “아베 정권의 한국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어째서? 1945년 이전의 대일본제국을 복원시켜야 하니까. 그 절차에 ‘한국’이란 타깃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책은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 극우파가 치밀하게 짜낸 ‘야욕의 시나리오’를 풀어낸 해설이자 분석이며 전망이다.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란 강령 뒤에 슬쩍 숨겨온 속내를 속속들이 까발리는 데 목적을 뒀다. 일본 극우사상의 뿌리와 극우파, 강제징용자 판결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도쿄‘방사능’올림픽까지 첨예한 현안을 바삐 오간다.

△日 태생부터 ‘한국을 때려야’ 사는 나라

일본은 왜 하라는 반성은 안 하고 한국 때리기에만 여념이 없는가. 저자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은 태생부터 한국 비판세력이었다”고 단언한다. 일본 극우파의 주장에는 한국과 중국만이 강하게 반했는데. 그중 한국, 극우파가 볼 때 중국보다 한 수 아래다 싶은 한국을 때리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게다가 ‘적’이 필요했다. ‘아베노믹스 실패’ ‘후쿠시마 원전’ 등 아베 정권에겐 치명적이라 할 이들 내정문제에서 국민의 시선을 떼어내려는 계산이 그랬다는 거다. 마치 오래전 히틀러가 유대인을 적으로 몰아 독일인의 분노·불만을 끌어올렸듯 말이다. 한국인을 적으로 몰아 일본인의 분노·불만을 끌어올리려는 속셈. 사실 그동안 일본의 적은 북한이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미관계가 변하는 그림이 나오자 냉큼 갈아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오래전부터 자국을 축으로 아시아를 돌릴 수 있게 되길 바랐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실제로 침략전쟁으로 세를 넓히던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아베 총리의 최종 구상은 이거다. ‘제2의 히틀러 되기.’ 공무원 조직을 중심으로 인사권을 장악하고, 밑밥이 돼줄 개헌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을 구겨 넣는 것도 그 준비작업이라고 할까. 결국 1945년 이전으로 되돌아가자는 목표로 ‘히틀러 각본’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중이란 얘기다. 징후는 몇 년 전부터 감지됐단다. 비이성적 극우집단이 출현해 혐한시위를 주도하질 않나, 아베라는 극우 정치인이 총리 자리에서 도대체 내려오질 않는, 기이한 현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으로 비춰지기는 강제징용자 판결문제가 시작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통보를 날린 것도 이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과연 아베 정권의 태도가 바뀔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엔 한국과 일본이 극과 극에 놓였단 의미도 들었다. 가장 큰 차이는 ‘동북아질서를 바라보는 관점’. 한국이 꿈꾸는 동북아질서는 오순도순 싸우지 않고 상생하는 평화다. 이에 비해 일본, 특히 아베 총리가 꿈꾸는 동북아질서는 일본이 장악 혹은 중심이 돼 평정하는 평화라는 거다. 그러니 충돌하지 않을 재간이 있나.

△“일본도 두 번 패해야 뉘우칠 것…침략전쟁 또 한단 뜻”

국가든 개인이든 똑같은 과오가 나오는 까닭은 하나란다. 지난 일을 제대로 뉘우치지 않았을 때다. 저자는 일본이라고 다르겠느냐고 되묻는다. 최소한 두 번은 패해야 반성이 될 거라고 했다. 독일이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연거푸 패한 뒤에야 정신을 차렸던 것처럼. 이는 이런 해석을 이끌어낸다. 반성 못한 일본이 전쟁국가로 재진입하는 수순을 기어이 밟을 거라고.

비단 아베 총리의 행보만이 아니다. 일본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은 이 지점에서 나왔다. 그들이 다시 군대를 챙기고 야스쿠니신사에 국격을 부여할 때 제2의 침략전쟁은 터지게 돼 있다고 했다. 표적은 당연히 한국이 될 터. 그러니 ‘한국 집적대기’는 서막일 뿐이란 거다. 동북아를 겨냥한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첫 단추를 채우듯 말이다.

저자가 한 문장으로 뽑은 현재 일본정치의 본질은 이렇다.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극소수 극우가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밀실정치.” 우향우한 몇몇이 쑥덕공론을 펴는 중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일본국민은 그저 방관만 하고 있나.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세상이 똑바로 가든 뒤집혀 가든 “대다수 일본인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한국이 나서줘야 한단다. 좋다. 그러면 어떻게? 한국도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냉정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50위, 60위처럼 행동한다면 그 정도 대접밖에 못 받는다”고.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라는 주문이다. “온 국민의 저력으로 반격할 절호의 기회”이며, 여전히 19세기에 머무는 일본에 설욕할 100년 만의 찬스라고.

앞이 안 보이게 꼬인 한일관계에 대단히 바빠진 이는 저자다. 말을 요구하는 곳도, 글을 요구하는 곳도 많은 모양이다. 책은 그 정리판쯤으로 보면 된다. 최근까지 풀어냈던 말과 글에 속도감을 붙여 긴박하게 엮었다. 그 때문인지 급조한 느낌이 없진 않다. 거칠고 느슨하다. 공들여 새기는 내용보다 대일 전략을 가다듬는 정보로 활용할 만하다. 어쨌든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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