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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를 열어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지난 2월 패스트트랙 국면을 시작해 한달 반만에 안건 상정까지 성사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때마다 민주당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장애물을 돌파했다는 평가다.
우선 패스트트랙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월 1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방미 중) 선거법과 사법개혁 및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는 방안을 요구했는데 불가피하게 이런 방법으로 가야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때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검토됐던 법안은 정치관계법인 선거법과 국회 선진화법, 사법개혁을 위한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 국정원법,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선 야3당이 원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선거법을 내주는 대신,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사법개혁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야3당과의 논의과정에서 검토 법안 중 상당부분이 빠지고 사법개혁 관련 법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만 남겨 됐다. 이것이 민주당의 첫번째 결단이다.
이때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는 기소권을 뺀 공수처를 받더라도 합의안을 만들어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다 유연한 자세로 협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바른미래가 최후통첩으로 보낸 공수처에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경찰 등에 대한 기소권만 주는 방안을 받아들이면서 합의안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여야4당의 합의안이 만들어지면서 협상이 끝났는가 싶었는데 마지막 암초가 남아 있었다. 모든 협상을 끝내고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절차만 남겨 놓은 지난달 29일, 김관영 바른미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자당 소속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중단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기존 여야4당의 공수처 합의안과 함께 권은희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패스트트랙에는 합의된 법안 1개만 올리는 게 상식적이지만 김 원내대표는 당내 사정을 들어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 해 온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이면서 패스트트랙을 해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고, 역시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수용한다는 결정을 이끌었다.
민주당에겐 집권여당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고 추경 통과와 민생개혁입법 처리 등의 숙제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맏형 리더십’이다. 이번 성공의 경험을 발판삼아 민주당이 통큰 양보와 협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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