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아랑·이채원에게 보내는 갈채

  • 등록 2018-02-19 오전 6:00:00

    수정 2018-02-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4위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할 수도 있는 결과지만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여자 1500m 쇼트트랙 결승경기를 마친 후 김아랑 선수가 인터뷰 중 남긴 말이다.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메달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오히려 금메달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최민정을 껴안아주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웃음과 행동은 새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어떤 경기를 막론하고 노메달 선수에게 보내는 국민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열정 그 자체가 금메달감이라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쏟아진다. 그나마 이번 올림픽은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려 다행이다. 해외에서 열렸다면 먼저 짐을 싸 들어오는 노메달 선수들에게 눈길을 보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그만큼 다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메달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값어치가 메달을 딴 선수에게 결코 뒤진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메달 만능주의’는 여전하다. 어쩌면 이러한 국민들의 이상주의가 지난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며 피땀 흘린 노메달 선수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메달의 힘은 대단하다. 서른일곱 살로 크로스컨트리 여자 스키애슬론에 출전해 완주한 이채원 선수가 보여준 감동의 무대를 기억하는 국민보다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임효준 선수에 더욱 열광케 하는 것이 메달이 갖는 힘이기도 하다. 완주한 모든 선수들의 아름답고 위대한 도전이 메달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데도 말이다.

서른 살 이승훈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도전 역시 감동 그 자체였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m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기피 종목이다. 이승훈 선수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후배들을 위한 책임감에서였다. 비록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후배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스켈레톤의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선수에 가려 큰 조명을 받지 못한 김지수 선수의 도전은 새로운 희망을 남겼다. 쇼트트랙 중심인 한국 겨울스포츠에 썰매(스켈레톤)란 비인기종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겨울 스포츠는 쇼트트랙 올림픽으로만 기억됐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결과를 중요시한다. 스포츠분야는 더하다. 어떤 선수가 그동안 얼마만큼의 고통과 노력을 기울여 여기까지 도달했는가를 보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과 결과를 따지는 데만 급급하다. “결국 돈이 있어야 메달을 딴다”는 이용 스켈레톤 봅슬레이 총감독의 자조 섞인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서 메달을 따내야 국민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구조인 거다.

이제는 올림픽을 대하는 국민의 모습이 달라져야 할 때다. 메달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며 모든 선수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에 힘입은 선수들이 자신의 피와 땀과 열정을 경기장에 온전히 쏟아 부을 때 세계인이 열광할 것이다.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어떤 장면이 연출될지 궁금해진다. 서른일곱 살의 도전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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