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엔마켓 따르면 필립스, 테팔, 일렉트로룩스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선도하고 있는 세계 블렌더 시장은 2013년 100억달러(약 11조원)에서 2020년 140억달러(약 16조원) 이상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반면 원액기 시장은 글로벌 업계 1위 휴롬, 2위 엔유씨전자 등 사실상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전체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중국, 미국, 영국 등 주요 주스기 시장 10개국의 전체규모는 약 1150만대다. 이 중 원액기는 30%인 350만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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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액기는 착즙과정에서 건더기(식이섬유)를 제외해 맑고 진한 주스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식사대용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블렌더는 건더기와 함께 먹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블렌더 날이 빠르게 회전하는 과정에서 산화가 일어나 일정부분 영양소 파괴가 동반한다는 단점이 있다.
2013년 1695억원이던 전체 매출액은 2015년 2511억원으로 48%가량 뛰었다. 이중 50%(약 1200억원)는 해외에서, 그 중 70%(약 880억원)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휴롬은 2016년 상반기 중국 온라인 시장 주방 가전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 필립스, 파나소닉, 쿠쿠 등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다만 최근 한한령은 중국 시장의 변수다. 이에 발맞춰 휴롬은 동남아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휴롬관계자는 “베트남 같은 경우 원액 주스 판매 매장인 ‘휴롬주스’ 6호점까지 열었다”며 “중국에 이은 제2의 휴롬 붐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리큅, 식품건조기 시들·블렌더 집중
식품건조기로 유명한 리큅은 블렌더 대명사로 거듭날 채비를 하는 중이다. 리큅이 옷을 갈아입는 가장 큰 이유는 식품건조기가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리큅의 매출액은 2014년 480억원에서 2015년 324억원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가장 성장률이 높은 소형가전으로 요리용믹서를 꼽았지만 국내에선 블렌더 문화가 생소한 편이다. 리큅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믹서기(저마력 블렌더)와 블렌더의 차이를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한다”며 “5만~6만원짜리 믹서기가 아닌 20만원 이상의 블렌더를 살 이유를 납득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엔유씨 “트렌드 본고장 미국, 블렌더 인기”
원액기에 주력했던 엔유씨전자 역시 블렌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중이다. 미국 시장의 트렌드가 변했다는 이유에서다. 엔유씨전자의 2015년 기준 매출액 685억원 중 90%(약 615억원)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 중 30%(약 185억원)는 유럽에서 나왔다.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인 엔유씨전자가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만한 매출을 기록한 것은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과 대리점 영업력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에서 원액기를 포함한 주서기의 당도 논쟁이 일어났다. 핵심은 너무 달다는 것. 미국 유력 업체인 바이타믹스, 블렌텍, 해밀턴비치 등이 이 점에 착안해 껍질째 과일을 갈아 ‘덜 달다’는 블렌더의 장점을 홍보했다.
자연스레 가정용 주스 제조기 시장은 블렌더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중이라는 게 엔유씨전자의 판단이다. 김지용 엔유씨전자 해외사업본부장은 “현재 우리 매출 중 원액기와 블렌더의 비중은 9대 1”이라며 “앞으로 블렌더에 힘을 더 쏟을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