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김모(49)씨는 2011년 교통사고를 당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사고를 당해서 3차례 뇌수술을 받고 반신불수 상태가 됐다. 의료과실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비 등 병원비 2500만 원이 밀린 김씨의 부인에게 병원 측은 합의를 제안했다. 김씨의 부인은 남편이 병원에 대한 민형사상 권리 등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61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합의서를 썼다. 이후 치료를 받고 회복한 김씨가 병원과 부인 간에 오간 합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 정은영)는 김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억 8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인이 원고의 도장과 신분증을 갖고 있었지만, 합의 내용의 중대성에 비춰 대리권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병원 측은 중대한 합의를 하면서도 당사자인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 내용에 병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포기하는 면이 있어서 일상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행위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의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판결’ 자문위원 김기천(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이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충실히 설명한 판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대리인과 거래하는 상대방은 대리인이 적법한 권한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거래에 임해야 하고 적어도 법률행위 위임장을 제출받는 것이 좋다”며 “부동산 거래에서도 흔히 대리인에 의한 거래가 있는데 반드시 대리인의 권한을 확인하고 거래에 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