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방위적 산업인력 스카웃 ‘위험수위’

국내 경기침체 주춤한 틈 타 전문인력 영입 박차
  • 등록 2016-01-05 오전 6:00:00

    수정 2016-01-05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국내 헤드헌터 A씨는 최근 한 중국업체의 요청으로 한국 반도체 인력 영입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뿐 아니라 중견·중소 반도체업체 인력까지 대상이 광범위하다. 그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면서 노하우를 가진 국내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존 연봉의 3~4배까지 보장하는 조건인 만큼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견 화장품 회사의 10년차 연구원 B씨는 최근 헤드헌터로부터 중국 취업 제안을 받았다. 2억원 가까운 연봉에 주택, 차량, 아이들 국제학교 교육비까지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B씨는 “지금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받지 못할 대우”라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한국의 우수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라면 파격적인 조건 제시를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업체들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한국 산업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 방송·화장품 등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재 영입은 새롭게 진입하거나 강화하려는 분야의 핵심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M&A와 달리 기술 습득 비용도 적게 든다.

국내 산업계는 동종 업계 이직 제한 규정 등을 두고 있지만 계열사 취업 등 우회하는 방법이 많아 한계가 명확하다. 불안한 국내 고용 사정 역시 연봉의 2~3배와 고용 보장을 내건 중국업체들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위축이 계속된다면 중국 인력 유출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정부, 대학,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문 인력을 키우고 이를 지켜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인력의 해외 유출은 언제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990년대 후반 IMF 당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빅딜 과정에서 구조조정된 반도체 연구원들은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반도체 산업 도약의 계기가 됐다.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인한 치킨게임의 시작이었다. 또한 대우그룹 출신의 자동차.전자.건설기계 기술인들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산업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2002년 하이닉스의 TFT-LCD 자회사인 하이디스가 중국 BOE에 팔리면서 본격화됐다. BOE는 약 10여년만에 세계 최대 10.5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는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조선업계 인력의 중국 진출 역시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를 불러온 중국 조선업계 성장을 도왔다.

업계 관계자는 “몇 안되는 국내 기반산업의 인력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기업은 인재 우선주의를 확산하고 정부은 인력 유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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