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점차 예술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했다. 하지만 보수화는 정권의 차이 보다는 보수적인 사람들의 색채가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예술을 윤리적 시선과 도덕적 시선에 얽매여 맞춰 보지 말았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러스트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2차 저작물로서의 시장도 충분히 성숙되지 못해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느낀 ‘표현의 자유’
-심의에 대한 생각. 심의로 곤란을 겪었던 일은 있는지?
△심의라는 게 슬픈 게, 청소년보호법도 그렇고 게임을 마약이라고 표현한 얼마전 일도 그렇고, 그렇게 하면 심의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심의를 걱정하는 제작자 스스로가 위축된다는 게 강한 문제예요. 상상보다 훨씬 더 위축이 되거든요. 정부의 정책, 사회 언론의 한마디에 제작자들은 간이 콩알만해져요.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못 표현하게 돼요.
저도 예외는 아니라서 표현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게 심의보다 더 무서운 것입니다. 오히려 심의보시는 분들은 점점 더 발전해나가고 있어요, 점점더 정신이 깨고 계시고, 하지만 정책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공포스러운 부분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옳음’을 외치는 매체들의 경우에는 옳다는 전제 아래 자율성을 극단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크리에이터들이 위축됩니다.
그렇게 되는 게 훨씬 더 힘든 것 같아요. 심의 자체보다는.
-지금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더 억압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있어 정권 간 차이가 있을까요?
△표현의 자유는 정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숙해져 나가는 과정에서 유희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한 결집체가 게임에 몰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수적인 정권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왜냐믄 유희문화에 대한 보수적인 게 어른들이 될테니까. 그것보다도 오히려 사회 전체가,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그런 매체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어요. 그림에 대해서도. 그것은 사회가 성숙해나가는 과정은 있는 것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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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웃긴 게 뭐냐 하면 정권이 보수화되면 시선도 다시 보수적으로 바뀌어요. 그러니까 이전 정권이 부정적이었든, 긍정적이었든 좀더 자율을 추구할 수 있게, 좀더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은, 정권 자체가 바뀌고, (이 정권이) 일부러 억압하지는 않는데, 보수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다시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자연스러운 성향을 보입니다.
이것은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긴 있어요. 요즘은 10년전보다 더 보수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서 얘기를 크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참 재미있다라는 느낌이 들고요.
-걸그룹은 정말 야해지고 있는데요. 콘텐츠가 영화냐, 게임이냐, 가요냐에 따라 인식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걸그룹이 야해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저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요즘 걸그룹 보면 깜짝 놀라고, 그것에 비하면 제 그림은 너무 얌전해져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한데, 그런데 방송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걸그룹들이 SNS를 통해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그건 오피셜한 언론은 아니니까.
그런데서 자율을 추구하는 것은 아티스트들도 가능하니까. 굳이 차별이 있다 느낌은 들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자율에 맡기는 관용적인 예술에 대한 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래야 문화가 발전한다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죠.
-표현의 자유,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일본도 의외로 보수적이예요. 잘 아시겠지만 보수당이 집권한지 오래됐잖아요. 일본도 사람들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심지어는 오타쿠라고 하는 집단이 있죠, 매니악한 집단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강한 사회적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뭐냐 하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루트는 확실히 마련하고, 그걸 즐기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규제를 하고, 규제라기보다는 관리를 하는거죠. 그러니까 시장이 있는 거예요.
가령 15세 시장이 있고, 18세 시장이 있고, 그리고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시장들이 다 있어서, 그게 관리가 되니까 콘텐츠 제작자들은 거기에 맞춰서 제작하고 거기에 맞춰 유통을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장치적인 것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심지어 ‘이건 애들도 볼 수 있어서 안돼’ 이런 시선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제가 성인용을 만드는 것은 아닌데,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콘텐츠 제작자들이 규율을 벗어난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런 것들이 시장 자체가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보니까 아예 원천봉쇄당해버리는 것이죠. 그런 것들은 굉장히 안타까운 것들인거죠.
다만 영화에서는 그게 관리가 되고 있는데,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소셜 포지션이 굉장히 높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 게임 업계 사람들도 좀더 그런 것들을 본받아서 소셜포지션에 대한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일러스트 업계 현황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갖춰야 하나?
다만 다행히도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분야는 미술에 기본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술적인 베이스가 탄탄한 사람들은 성공할 확률이 높죠.
거기에 플러스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상업미술로 한정짓자면 공감대가 필요해요. 순수 미술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나 혼자 좋아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 다른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는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 그러기 위해서 미술적인 기본지식이 비교적 탄탄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적인 기본 지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을 개발할 것. 그런 것들이 전제가 된다면 충분히 좋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션 시장 상황은?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시장이란 게 존재하지 않죠. 만화는 이제 웹툰이 있지만, 웹툰도 공짜로 보잖아요. 유료로 보는 시장이 있긴 하지만 아직 무료 웹툰 시장과 비교하면 작고. 그게 사실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준 것도 있고 국민적 특성에 의해 사장된 것도 있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영역이 넓지가 않은 상태예요.
그래서 지금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면 웹툰 아니면 게임 밖에 없어요. 그 다른 외의 것으로 먹고 살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얼마전에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자살하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없다라는 게 슬픈 일이죠.
일본은 그런 시장 같은 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면,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럽죠. 그 시장 자체의 속성 자체를 저희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노력은 하겠죠. 힘들다는 결론을 내면 안되는데,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도 게임을 통해 소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적 혹은 다른 형태의 2차 저작물로서 충분히 시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확고하게 생겨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창작욕을 높일 만한 펀드 같은 것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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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까 화보집 같은 것도 출시가 안되고. 그냥 동인 시장에서 출시되는 것 외에는 없고. 상업적으로 성립이 안되다보니까 펀드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죠. 그런 시장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하고는 있어요. 저만 운좋게 살아남을 수 있을 뿐이지,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그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도 저한테 있어 장기적으로 도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일러스트레이션 업계 대표는 아니니까 제가 그걸 해야하는 의무 같은 것은 없겠지만. 전 1세대는 아니예요. 1.5세대 정도 되는데. 1.5세대로서 후임들이 먹고살수 있고 유저들을 만나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욕망, 욕심은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 업계도 최근에서야 김택진 사장님이나 김정주 대표님처럼 뭔가 이렇게 사회적으로 성공받고 여유로운 행보를, 여유로운 사회적 소셜 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전에는 살아남기 급급했거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저 스스로 저희 가족들을 챙기기가 벅찬 상황이고, 저희 회사 가족들도. 그래서 그것을 먼저 해내야지 그 다음에는 업계를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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