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하루 700잔 팔아도 본전 힘들어..창업비용은 '고가'

'빽다방' 필두로 저가 음료 프랜차이즈 열풍
메뉴 가격 낮고, 인건비 많이 들어 수익률↓
  • 등록 2015-11-17 오전 6:00:00

    수정 2015-11-17 오전 10:08:17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1000원~2000원대 커피와 주스 등 저가음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가 커피의 인기가 창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예비창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가 커피 열풍을 불러일으킨 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빽다방’이다. 빽다방은 지난 2009년 처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3년까지 가맹점이 단 3개에 불과했다. 이후 백종원 대표가 TV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빽다방의 인지도가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1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일반 커피 매장보다 많은 양(470ml,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의 커피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고 3개였던 가맹점은 2년 사이 330여개로 불어났다.

지난 5월 처음 가맹사업을 시작한 ‘쥬씨’도 초저가 생과일 주스를 내세워 6개월만에 가맹점이 230개로 늘었다. 쥬시는 기존에 4000원~6000원을 줘야 마실 수 있는 생과일 주스를 1500원이라는 편의점 냉장 주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아 인기를 얻고 있다.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KH컴퍼니와 커피식스로 알려진 KJ마케팅도 지난달 ‘쥬스식스’와 ‘커피식스미니’를 출범시켰다. 역시 1500원에 아메리카노와 100% 생과일 주스를 판다. 이 외에도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내놓은 1000원짜리 저가 커피 브랜드 ‘W카페’, ‘커피에 반하다’, ‘그리다 꿈’ 등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저가 생과일 주스 브랜드 ‘떼루와’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저가 음료 프랜차이즈는 저렴한 커피 값과는 달리 창업비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컨설팅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 가맹거래사는 “빽다방은 이디야보다 창업 비용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저가 커피 전문점.
이 1.5배 높지만, 수익률은 0.5배 정도로 낮다”며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을(乙)지로위원회 공청회에서 빽다방의 인테리어 비용이 도마에 올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빽다방의 매장 창업 비용은 39㎡(12평) 기준 건물주에게 내는 보증금, 월세 등을 제외하고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는 설계비, 감리비, 홍보비 등을 포함하지 않고, 로열티 300만원, 인테리어 비용(3800만원,가스·철거 별도) 등만을 포함한 금액이다. 또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시하는 인테리어 비용은 에어컨 설치비용, 수도, 전기 증설비용을 제외한 금액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상당하다.

이디야커피는 50㎡(약 15평) 커피숍 창업비가 홍보 비용, 냉난방기기 설치 등을 포함해 9000만원대다. 역시 보증금, 월세 등을 제외한 금액이지만 실사 및 매뉴얼, 도면 제공비를 포함한 인테리어 비용이 3000만원 초반이다.

게다가 박리다매로 싸게 많이 팔아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이 아니면 본사에서 계약하지 않기 때문에 33㎡(10평)짜리 커피숍을 차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비용은 3~4억원에 이른다.

타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W카페는 50㎡(약 15평) 미만 가게를 여는데 드는 비용이 최소 1억3000만원에 이른다. 역시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을 제외한 비용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저가 커피 창업은 매장의 크기가 작고 원가가 저렴하니까 창업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큰 오산”이라며 “죽, 분식 등 일반 외식 매장보다 창업 비용이 두 배 정도 더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높은 창업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낮은 수익률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본사에서 책정한 가격대로 커피를 팔면 하루에 700잔을 팔아도 본전을 뽑기 힘들다”며 “또 수백잔을 팔려면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생을 최소 두 명은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드는 만큼 수익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생과일 주스점은 과일 손질을 비롯해 손이 많이 가지만 수익이 낮아 지난 3개월 여름 장사가 끝난 후 가게를 내놓은 점주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창업자에게 프랜차이즈를 연결해주는 한 창업전문가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상황은 안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아주 안 좋다”라며 “본인이 건물주가 아닌 일반 창업자들에겐 저가 커피 창업을 추천하지 않는다. 직영이 아닌 가맹점으로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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