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중소기업이 안 보이는 노사정 대타협

  • 등록 2015-09-04 오전 3:01:01

    수정 2015-09-04 오전 3:01:01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맨·숭실대 교수] 노동개혁이라는 이슈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그리고 노동개혁이 지향하는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같은 주제에 대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사측과 노측의 바라보는 시각 차는 커도 너무 크다. 정부나 여당은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역설한다. 여기서 공정은 임금피크제로 대변되는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말하고 유연성은 보다 쉬운 해고를 뜻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사측의 양보에 의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없다. 노·사·정 대타협의 원탁에 정부, 대기업, 대기업 노조는 보여도 노조에 끼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그들을 고용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는 보이지 않는다. 30여 년을 중소기업 경영 한 길을 걸었다는 남동공단의 한 경영자는 어제 조찬에서 자신보다 더 많이 임금을 가져가는 귀족노조의 주장은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파업을 결행하는 대기업 노조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되새겨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노동개혁이 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일자리 창출,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소득증대를 통한 내수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지향하는 바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청년들의 고용절벽 문제이고 두 번째는 근로자 간 격차 문제다.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 격차도 문제이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 당 임금수준을 100으로 할 때 대기업 정규직은 64.2, 중소기업 정규직은 52.3,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8이다.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비정규직에도 한 참 못 미친다. 이것이 청년실업자가 넘쳐나고 중소기업 부문에 많은 일자리가 있지만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다.

야당이나 노동계는 정부 노동개혁이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과 거기에 고용된 근로자만 염두에 둔 주장이다.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정규직 직원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 임금격차가 이렇게 심한 상태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가게 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비롯해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일자리 창출이란 목표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와 중소기업 빈 일자리 채우기로 구분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미래가 유망한 서비스업의 개발과 대기업의 일자리 나누기가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가 학력 인플레이션이다. 우리 사회가 높은 학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적 안정과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으려는 보험적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고용과 관련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다면 청년들이 굳이 높은 학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창업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이렇듯 노동 영역에만 문제가 국한되지 않기에 노동개혁은 풀기가 쉽지 않은 방정식이다. 교육·복지까지 눈을 돌리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구성원 범위도 유연해야 하고 그들의 생각도 유연하지 않으면 그 방정식은 그저 풀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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