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의 갑질?..삼성 밀크 중단 이어 곤경에 빠진 사업자들

로엔, 무료 서비스인데 이용자당 저작권료 내라
음악 저작물 사용료 규정 모호..사실상 가격강제 효과로 신규서비스 어려워
무료 음원 서비스, 음악 대중화 기여 가능성도 고려해야
  • 등록 2015-02-05 오전 1:25:07

    수정 2015-02-05 오전 1:25:07

[이데일리 김현아 오희나 기자] 지난해부터 밀크, 비트, 벅스 라디오 같은 신개념의 디지털 음원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반쪽짜리로 운영되거나 이용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 모호해 국내 음반유통사 1위인 로엔엔터테인먼트와 나머지 기업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무료 음원 서비스 밀크뮤직에 두달 여 전부터 2만 6천여 개에 달하는 로엔 음원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로엔은 음악서비스 플랫폼, 음악 콘텐츠 유통 및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등을 영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가수 아이유 써니힐 등이 소속돼 있다. 로엔의 음원서비스 멜론은 국내 1위 사업자기도 하다. 밀크 운영사인 소리바다 관계자는 “저작권료에 이견이 있어 로엔 음원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엔, 무료 서비스인데 이용자당 저작권료 내라

업계에선 로엔이 삼성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삼성이 로엔 음원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은 무료인 만큼 곡당 단가를 기준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로엔은 사용자기반 이용단가를 기준으로 하자고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엔 요구대로 저작권료를 내면 너무 금액이 커진다”면서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듣는 비트는 로엔 요구대로 계약했지만 제공될수록 손해나는 구조이며, 이 때문에 벅스라디오, 밀크 등 동종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업자들이 줄줄이 로엔음원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로엔의 주장은 음악을 실제로 듣는가와 무관하게 특정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이용자당 객단가를 산정해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이에 로엔 측은 “삼성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답이 없어 중단했다”면서 “로엔은 권리자들에게 권리를 위임받아 유통을 하는 것이고, 삼성과 원만히 합의해 정상적으로 서비스 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음악저작물 사용료 규정 모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밀크와 비트가 서비스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음반사가 경쟁사업자의 진입에 반감을 갖는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체부의 징수규정이 불명확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밀크 뮤직.
문체부 징수규정에는 주문형 스트리밍의 경우 △‘1.2원(곡당단가) × 이용횟수 × 지분율’이나 △월정액을 받고 제공할 경우 ‘0.6원(곡당단가) × 이용횟수 × 지분율’이나 ‘매출액 x 10%(음악사용료율) X 음악저작물관리비율’ 중 많은 금액으로 내게 돼 있다. 무료 서비스인 밀크나 비트는 곡당단가 기준으로 정산하기를 희망하지만 소비자에게 종량제 또는 정액제 기반으로 과금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용자당 단가로 저작권 사용료 정산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 징수규정에선 매출액의 정의에 ‘당해 서비스 사이트에서 해당 음악서비스로부터 발생한 이용료 등의 수입(부가가치세를 제외한다)에 광고, 기타의 수입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고 돼 있고, ‘매출액이 없다면 별도로 협회와 사용자가 협의해 정산’토록 돼 있다.

이는 이용자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울 경우 당사자 간 협의를 바탕으로 하던 종전 방식이 징수규정과 함께 변형돼 들어온 것으로 매출액 기준을 권리자 또는 유통사에 의해 임의로 설정하도록 돼 있어 ‘가격강제’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서비스 출현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현재 음원시장에서 대세인 멜론이나 지니, 벅스 등의 월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가 한 달에 얼마를 내고 음악을 듣는 모델이다.

하지만 밀크는 서비스에 가입해 채널별로 음악을 들으면서 건너뛸 수도 있고 채널을 뛰어넘어 들을 수도 있다. 비트 역시 유료모델도 있지만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지난해 3월 서비스 오픈 이후 19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자 진영의 밀크나 비트의 무료 마케팅에 대한 반감은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정기 결제 기반의 정액제 상품으로 인해 소비자층이 극도로 얇아진 시점에서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저작권 비용은 광고주 또는 기업이 대납하는 모델이 오히려 이용자 층의 확대에 기여할수도 있다. 결국 관점의 차이인데,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와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멜론 같은 유료모델은 음반사의 아이돌 제작시스템과 결합해 10~20대 주류의 소수의 유료 이용자 확보에 그친 반면, 광고 등 다른비즈니스모델로 음악을 서비스할 경우 음악을 즐기는 인구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저작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지상파 방송과 유투브, 포털이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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