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신비주의 전략으로 인해 베일에 쌓여있던 애플의 제품 판매 실적자료가 뜨거운 소송전이 벌어지는 법원에서 공개될 상황에 처했다. 애플은 휴정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씨넷(CNET) 등 미국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이날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애플과의 특허소송 심리과정에서 애플의 실적자료를 공개키로 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애플은 글로벌 마케팅을 책임지는 필립 쉴러 수석부회장을 증인으로 세워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에 따른 회사측의 피해 등을 배심원들에게 주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심문에 나서는 삼성측은 지난 2011년 2분기부터 현재까지의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 등 애플 주요 제품들의 세부적인 판매 실적과 작년 이후 제품 구매자들의 서베이 결과 등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실리콘밸리 내 기업들 가운데서도 철저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은 그동안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요청에도 이들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애플측은 이번 소송을 담당하는 루시 고 판사에게 삼성측의 자료 공개를 막아달라며 공식 요청했다. 애플은 “이같은 판매자료는 대단한 보안사항이며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며 “이는 애플에게 큰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측 변호인은 “우리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충분하다”면서도 고 판사가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닷새간의 휴정을 요청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고 판사는 삼성측이 요구한 애플 판매자료의 공개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편 고 판사는 이날 삼성측이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어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법정에서의 상영을 막았다. 삼성은 이 영화에서 우주인이 들고 있는 직사각형의 태블릿 컴퓨터의 디자인에 착안해 스마트폰을 개발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고 판사는 “삼성이 이를 예비심에서 미리 제시하긴 했지만, 디자인 특허 침해와 애플 특허의 무효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어떻게 사용할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