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한일 민간교류 이어가야"…日공보문화원장의 조언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으로 긴장감 감도는 한일
"여러 현안에도 한일 관계 후퇴는 없어야"
한일 민간교류 역대 최고…日 對한국투자, 사상 최고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 "관계 강화 계기로 삼아야"
  • 등록 2024-12-02 오전 6:00:00

    수정 2024-12-05 오전 11:59:58

가와세 가즈히로 일본공보문화원장이 11월 2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글·사진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일 간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여러 현안이 발생할 때가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 대결적 자세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으로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와세 가즈히로 일본 공보문화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도광산 (佐渡金山) 추도식 파행과 관련해 한일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런 태도가 중장기적으로 한일 양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일 관계는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따른 오랜 냉각기를 거치고 회복기에 들어섰다. 12년 만에 셔틀외교도 부활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해관계국으로서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했던 한국 정부가 일본정부가 추진하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졌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은 일본이 ‘전체역사를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한국 역시 과거의 아픔을 추모라는 형식으로 승화시키는 역사적 화해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빠진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모식은 일본정부의 진정성 문제를 또다시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일 관계를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는 평가다.

진통과 개선을 반복해 온 한일 외교 관계와 달리 한일 간 민간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숙한 상태다. 인터뷰에 동석한 오오니시 카즈요시 경제부장에 따르면 올해 한일 왕래 인원은 2018년 105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공중파 방송에서 일본인 가수가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인기를 끌고, 한일 젊은이 역시 서로의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대(對)한국 직접투자규모(FDI)는 올해 1~9월 전년 대비 5배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그 규모는 중국보다 많다.

가와세 원장은 한일 간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실질적인 협력이 강해지고 있어 이 같은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양국 관계가 흔들릴 여지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은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함께 협력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인접국”이라며 “현재 한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역사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이 긍정적인 관계가 후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오니시 카즈요시 일본대사관 경제부장
오오니시 부장은 “한국과 일본은 사회적·경제적 상황이 유사하고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어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해외에서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국가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여력이 크지 않는 나라이다. 반면 유럽연합(EU) 등은 탄소세를 부과하면서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함께 대응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오니시 부장은 “한국이 주창한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탄소 중립을 위해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기보다는 탄소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개념)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동조달하는 방안, 수소, 암모니아 등의 안정적 공급망을 위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이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는 한일이 머리를 맞대어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다. 오오니시 부장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까지 포함해 저출산고령화 세미나를 열어 각국 상황이나 대처방안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논의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단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도 양국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이 지난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설립한 한일·일한 파트너십기금은 올해 2회에 걸쳐 한일 스타트업 협력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스타트업의 상호 진출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자는 것이 이 포럼의 취지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가와세 원장은 “정치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문화적 교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한일 교류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제이팝(JPOP)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이 완판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일본에서도 케이팝(KPOP),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현상은 양방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와세 원장은 아울러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를 좀 더 도약시키고 교류를 촉진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일본 국비 유학생을 포함해 제네시스(JENESYS)라는 대일이해촉진교류프로그램, 재팬위크(JAPAN WEEK) 등을 거론했다.

오오니시 부장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나 일본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일 양국 경제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며 “관심있는 분은 대사관이나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로 연락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와세 원장은 “한일은 세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인접국”이라며 “단순히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나 안전보장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가와세 가즈히로 일본 공보문화원장은

△1972년 지바현 출생 △1995년 교토대학 법학부 졸업·외무성 입성 △1997년 캠브리지대학 개발사회학·정치학 석사 취득 △2011년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국제관계론 박사학위 취득 △2012년 주말레이시아일본국대사관 참사관 △2021년 주영국일본국대사관 총괄공사 겸 총영사 △2023년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 공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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