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주 내내 국회에서 화제가 됐던 ‘필리버스터’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를 생각해보면 의원들과 기저귀의 연관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장시간 연설로 표결을 방해하는 제도인 필리버스터가 국회와 기저귀를 연관지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사실 토론보다는 ‘긴 시간’이라는 데 방점이 찍힙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니 만큼 그 고통도 다소 원시적입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시간 18분이란 긴 시간 동안 연단을 떠나지 않고 토론을 해 이 부문 국회 기록 보유자(?)가 됐습니다. 10시간이나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일 테죠.
그런데 잠깐, 정말 필리버스터를 하는 의원들은 화장실을 잠시 다녀올 수 없는 걸까요? 국회법 어디에도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사실 법조문에 화장실을 갈 수 있다, 없다를 적시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죠.
그럼에도 왜 의원들은 하나 같이 그 긴 시간을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하고 연설을 해야 했을까요?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한번 해봤더니 성스러운 민의의 전당에서 발언하다가 무슨 화장실을 가냐”라고 하더랍니다. 실무진 차원에서도 “그러면 안된다”라는 대답이 나왔고요.
정의화 국회의장은 장시간 서서 연설해야 하는 의원들을 위해 ‘발판’을 준비해뒀습니다. “여기 발판을 갖다 놨으니 한번씩 (발을) 바꿔주면 허리에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하실거니까”라는 말과 함께요. 이 부의장의 말처럼 “국회라는 건 성스러운 것도 아니고 속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