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건설이슈]이란 문 열렸지만…속타는 건설사

  • 등록 2016-02-14 오전 6:00:00

    수정 2016-02-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7년 만에 이란의 빗장이 해제됐지만,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자금력이 바닥난 이란은 단순히 건설능력뿐만이 아니라 투자자금까지 가져오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란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공사를 해 왔던 우리나라 건설사로서는 대규모 자금 유치라는 선결 과제가 주어진 셈입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우리나라 건설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장기간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국내 부동산시장 경기가 악화하자 대형 건설사는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제살깎아먹기’식 수주전은 과유불급이었습니다.

결국 얼마나 저비용의 자금을 유치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책자금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건설사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특히 이란 정부보다 민간기업의 발주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급보증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정책금융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중국·일본·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한발 앞서 적극적인 수주 구애를 펼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23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10년 내 교역규모를 지난해 520억달러(약 62조원)에서 6000억달러(약 720조원)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공업화를 위한 자금 총 550억달러(약 66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역시 발걸음이 가쁩니다.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인 지요다화공건설은 약 3000억엔(약 3조원) 규모의 정유공장 시설 개보수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마무리 계약단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지난 5일에는 양국 간 투자협정을 맺습니다.

경제 제재가 풀렸다 하지만 아직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은 이란이 미국 달러보다는 유로화를 선호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제재 해제 후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프랑스를 선택했습니다. 그가 3박 4일 일정동안 체결한 계약만 해도 170억유로(약 23조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29억3600만달러(약 3조 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59억4900만달러)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수주액은 461억달러로 7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은 황금의 땅’ 이란이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숨통을 트여주길 바라는 바람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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