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분 잊은 정종섭 장관의 건배구호

  • 등록 2015-08-28 오전 3:00:00

    수정 2015-08-28 오전 3:00:00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선거 주무부처 장관이 여당 모임에서 “총선 필승”을 외치고 예산을 주무르는 경제부총리는 성장률을 끌어올려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각료들이 저마다 여당을 향해 충성경쟁을 벌이는 꼬락서니다. 이러고도 선거를 공명하게 치르겠다는 약속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며칠 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연찬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건배사를 하면서 “제가 ‘총선’하고 외치면 의원님들은 ‘필승’을 외쳐 달라”고 주문했고, 실제로도 이렇게 건배사 호응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가 서울대에서 헌법학을 가르쳤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 중반 정도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 당의 총선 일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반발은 당연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최 부총리와 정 장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제9조 선거중립 의무와 제85조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두 장관의 해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 새정치연합은 “해임건의안과 탄핵, 검찰 고발 등 법적 절차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가관인 것은 이에 대한 행자부의 해명이다. “돌 잔치에서의 ‘아기 잘 키우세요’나 개업식에서의 ‘대박 나세요’ 같은 덕담 차원”이라니,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공직자의 선거개입 행위를 신고 받는 ‘공직비리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선거사범 수사기관인 경찰청을 산하에 둔 행자부 공직자들의 인식이 고작 이 정도라면 다른 부처들은 보나마나다.

“이들이 새누리당 명칭을 쓴 것은 아니잖으냐”는 집권당의 변명도 해괴하긴 매한가지다. 지난 2004년 기자회견 등에서의 여당 지지 발언을 문제 삼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게 바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아니던가. 자기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억지 춘향은 공당으로서의 정도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두 장관을 엄히 꾸짖고 차제에 국무총리 이하 모든 공직자에게 공명선거 의지를 재확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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