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전 회장은 당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낙마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됐지만, 정권 교체 시기마다 회장 인사와 관련한 외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김대중 정권 때는 김만제 회장이, 노무현 정권 때는 유상부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이번에도 전례가 재현될 조짐이다. 정준양 회장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만, 외풍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이석채 KT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이제 불똥은 포스코로 튀는 모양새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 4개월 가량 남았지만, 내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뒤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서 퇴진할 것이란 소문이 정해진 각본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포스코 회장 자리가 흔들리는 건 선임과정에서 나타난 잡음이 불씨가 된 측면도 있다. 2009년 초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이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과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낙하산 인사’를 막아보자는데 뜻을 같이 했지만, 막판 내부 후보를 두고 의견이 갈렸고 결국 지금의 정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윤 전 사장은 당시 비공개로 열린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에서 권력 실세들이 어떻게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는지 증언하기도 했지만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 관련기사 ◀
☞ 정준양 회장, 명예로운 퇴진 '고민'..3월 주총前 마무리
☞ 갈수록 세지는 '정준양 사퇴說'..이사회 '관심'
☞ 올해 금속재료상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
☞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던 이석채 회장, 결국 휴가
☞ 이석채 회장 퇴임일 논의 KT 이사회, 내주 초 개최
☞ 포스트 이석채 뛰는 후보는 12명..저마다 인연 '과시'
☞ 전방위 압박, 이석채 결국 사의...후임은?(종합)
☞ 이석채 회장, 이사회에서 전격 사의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