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양유업 판결이 주는 교훈

  • 등록 2013-10-08 오전 7:00:00

    수정 2013-10-08 오전 7:00:00

‘밀어내기’ 피해를 입힌 대리점주에게 남양유업이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박모(33)씨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박씨에게 2086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로 판결한 것이다. 박씨는 남양유업으로부터 제품 1286만원어치를 강제로 떠안았다가 이를 못 팔고 대부분 폐기한 뒤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데 대리점 정산 과정에서 남양유업으로부터 냉장.운반장비 보증금 등 80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이 박씨에게 제품 초과공급액과 보증금 등을 모두 물어주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가 탄력을 받고 국회에서 논의중인 ‘갑을관계 방지법안’, 즉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안’도 속도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리점에 제품 밀어내기를 했다며 남양유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하고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남양유업 대표 등 임직원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해 재판에 넘긴 상태다.

남양유업은 200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리점주들의 주문내역을 멋대로 조작해 주문 받지 않은 물량을 밀어내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리점주들이 항의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거나 지속적·반복적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반품을 거절하는 식으로 불공정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 아니라 지점 파트장이나 영업직원들이 대리점주들에게서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사실까지 적발됐다.

남양유업 사태가 증명하는 슈퍼갑의 횡포는 ‘우월한 협상력의 남용’의 대표 사례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이를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보고 제재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비단 상거래에서뿐만 아니라 각종 이득을 둘러싸고 ‘우월적 지위 남용’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대리점주 박씨에 대한 이번 판결과 후속 판결, 그리고 처리를 앞둔 ‘남양유업 방지법’의 취지를 이참에 잘 살려야 한다. 그래서 경제는 물론 사회 전체 차원에서 우월적 지위 남용 관행을 종식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남양유업 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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