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이웃의 정 느끼고 싶으면 단독주택에 살아보세요”

가르텐힐 홍승현 대표 인터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면
마당 있는 내집 마련
“이웃과 공동텃밭 가꾸고‥수확물 나누며 정 쌓죠”
  • 등록 2013-10-02 오전 7:00:00

    수정 2013-10-02 오전 9:12:57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아파트에 열광하던 시대가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이 그랬다.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씩 집값이 뛰던 시절이었다. 집은 소중한 보금자리이기도 했지만 재산을 불리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기도 했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아파트는 그렇게 ‘부동산 신화’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아파트 기세는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반면 한때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독주택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주택이 본래의 의미를 되찾은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주택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란 것이다.

“아파트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과거 도시화로 주택 공급이 급증하던 시절에는 한꺼번에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가 유용했죠. 그런데 나만의 보금자리라고 여기기엔 어딘가 허전해요.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인데 정작 아파트에는 이런 게 빠져 있거든요.”

지난달 26일 경기도 화성시 활초동에 위치한 ‘가르텐힐’을 찾았다. 이곳은 50세대 규모의 단독주택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도시형 전원마을이다. 홍승현 가르텐힐 대표는 ‘단독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은 다를까. 홍 대표가 웃으면서 공동 텃밭으로 팔을 잡아끈다. 텃밭 곳곳에는 ‘인수텃밭’ 식으로 이름이 적힌 푯말이 꽂혀 있다. “공동텃밭은 말 그대로 공동으로 야채를 재배하는 곳이에요. 남는 수확물을 이웃과 나눠 가지니 정도 더 쌓이게 되지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요.”

▲홍승현 ‘가르텐힐’ 대표가 공동 텃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홍 대표가 처음부터 단독주택 단조를 조성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사실 건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잠시 경제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한 뒤 10년 동안 증권사에서 일했다.

“저부터가 항상 경쟁에 치이면서 살았어요. 집은 그저 퇴근한 뒤 잠자는 곳에 불과했죠. 몇 년을 살아도 옆집 사람과 인사 나눌 일도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삶 자체도 너무 획일적으로 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가 부친께 물려받은 땅 위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생이 완전히 바뀐 거죠.”

가르텐힐에 입주한 9가구도 비슷한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지금 사는 아파트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컸다.

“사실 단독주택에 산다고 해서 도시의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교통이나 교육문제 때문에 층간 소음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은 도로도 잘 뚫려서 교통 환경도 좋고요. 단독주택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가 꿈꿔 온 보금자리와 비슷해서 찾는 거죠.”

그렇다면 걸림돌은 없는 걸까. 홍 대표는 유동성 문제가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는 건설사가 직접 보증을 서 집단대출 등이 되지만 단독주택은 수요자가 직접 집값과 땅값의 80%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가령 3억5000만원짜리 집을 짓는다면 입주 때 적어도 2억8000만원이 필요한데 일반 수요자가 당장 이런 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땅값 후불제 방식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이곳에서의 삶에 만족한다. “단독주택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은 이웃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함께 나누는 사는 삶이 그립다면, 이곳으로 한번 내려와 보세요.”
▲‘가르텐힐’ 전경 (사진=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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