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집 CCTV 의무화의 사각지대

  • 등록 2013-04-30 오전 7:10:55

    수정 2013-04-30 오전 7:10:55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한숨만 되돌아온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폭행 사건 탓에 요즘 젊은이들 말로 ‘쉴드’ 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20대 어린이집 교사 A씨의 이야기다.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박봉과 휴대전화 한번 열어볼 틈 없는 빡빡한 근무환경에도 꿋꿋이 일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벌어지는 사건과 논란에 A씨는 허탈하기만 하다.

부산 어린이집의 아동 폭행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CCTV 설치 의무화 청원에는 1만명 가까운 누리꾼이 서명했다. CCTV를 통해 보여지는 적나라한 폭행 장면이 부모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 버렸다.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도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학대 당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냐”는 주장을 막아설 재간이 없다. A씨가 아무 말도 없이 한숨만 쉰 것도 폭행의 문제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나 좌절을 거론할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CCTV 만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단편적으로 보더라도 CCTV가 어린이집의 모든 사각지대를 없앨 수 없다. 어린이집에서 소풍갈 때 CCTV가 따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밀히 말하면 부산 어린이집 폭행 사건도 CCTV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CCTV가 있었지만 벌어진 사건이다.

처벌은 쉽지만 거칠고,예방은 어렵지만 부드럽다. 처벌을 강화해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너무 쉽고 좋겠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하나하나 되짚는 것이 어린이집 폭행 사고를 막는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과 교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질 관리는 부족했다. 공무원 1~2명이 한 구의 수십개의 어린이집을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도 여전하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도 의문이다. 완벽한 CCTV가 있다면 폭행과 같은 극단적인 학대는 안 일어날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사랑과 돌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적 학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과거 의료사고가 부각되면서 병원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사그라졌다. 의료사고를 줄이는 것은 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문제이고, CCTV는 단지 책임소재를 가리는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막아설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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