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늘 못 넘는 그들..2세 정치인의 '명과 암'

  • 등록 2012-07-18 오전 6:00:00

    수정 2012-07-18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부모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짊어지는 것은 2세 정치인들의 숙명이다. 유명 정치인의 아들, 딸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를 시작한 경우 아버지의 공과 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2세 정치인들은 큰 뜻과 포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공이 크면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기 어렵고, 과가 크다면 그것에 발목을 잡힌다.

역대 대통령 2세 정치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정치적 역량은 아버지에 한참 못 미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아버지의 출생지인 무안 신안 지역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 국회의원 활동을 했으나 이듬해 공천에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김 의원은 최근 4·11 총선에서 정통민주당 비례대표 영입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다.

김현철 전 여연 부소장은 4·11 총선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지난 3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 전 부소장은 이후 경남 거제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했으나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2세 정치인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다. 박 후보는 지난 1997년 IMF 사태로 혼란하던 시기에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 15대부터 19대까지 내리 5선에 성공했다.

박 후보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작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라는 현재의 위치는 자신의 능력으로 직접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한나라당이 야당일때 당 대표를 맡아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최근에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면서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 저력을 보여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앞선 두 정치인과 다르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던 박 후보도 아버지의 그늘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게 됐다.

박 후보는 지난 16일 개최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5.16, 유신체제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일들에 대해 상황논리를 대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

박 후보는 5.16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신 체제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있기 때문에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야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비난을 쏟아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 의원에게 구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딸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했던 말을 다시 들려주겠다“며 ”‘우리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고 했다”며 박 후보를 비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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