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값 폭락했는데 해운사 선박가치는 급등?

기능통화제 적용 따른 일시적 왜곡
한신정평 "실제 가치는 하락..선박금융 금리 급등 우려"
  • 등록 2009-03-20 오전 7:29:23

    수정 2009-03-20 오전 7:29:23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해운시황 침체로 중고 배 값이 폭락하고 있지만 국내 해운사들의 지난해 말 장부상 선박 가치는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부상 선박 가치와 실제 거래 가치가 반대로 움직인 것은 지난해 말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해운사들의 실제 선박 자산 가치는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일 한신정평가와 각사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해운 3사들의 선박 장부가액은 불과 3개월 전인 9월 말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해운 3사의 선박자산 가치 변동과 중고선박 가격 변화
현대상선(011200)의 경우 4조8298억원(건설중인 자산 포함)으로 9월 말 3조7029억원 대비 30.4% 불어났다. 한진해운(000700)은 4조4708억원으로 같은 기간 3조2906억원에서 35.9% 늘어났다. 또 STX팬오션(028670)의 선박 자산은 2조3469억원으로 36.7% 증가했다.

한신정평은 "해운사들의 선박 가치가 단기간 내 크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4분기 때부터 도입된 기능통화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기능통화제는 달러표시 자산을 취득시점에 원화로 환산해 계상하지 않고, 일단 달러화로 표시했다가 결산일에 최근 환율로 한꺼번에 계상하는 제도다. 관련기사☞ 2009.02.12 11:35 "조선이 나서 고친 회계, 해운이 혜택 듬뿍"

중고 선박 가격의 급락에도 불구, 지난해 말 크게 오른 환율을 새롭게 적용함에 따라 선박 가치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
 
한국선주협회가 로이즈쉬핑이코노미스트(LSE)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중고 선박들의 가격은 지난 8개월여 동안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케이프사이즈의 중고 벌크선 가격은 지난해 6월 1억5000만달러에서 지난 2월 4800만달러로 추락했고, 파나막스와 핸디사이즈 가격도 비슷하게 떨어졌다.
 
한신정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주요 해운회사들의 보유 선박 가치가 전분기 대비 크게 올라간 양상을 보였지만, 실제 가치는 이보다 많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박가치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기피로 해운사들의 선박금융 조달 금리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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