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생존경쟁)②"탈락자를 만들어라"

  • 등록 2008-03-09 오전 7:58:08

    수정 2008-03-09 오전 7:58:08

[이데일리 박호식, 이정훈 기자] 해외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업체들 역시 수성을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술과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주변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반도체는 물론 LCD에서도 한국기업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는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해왔던 한국업체들도 극복해야 할 과제들에 부딪히고 있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삼성 반도체 `이럴때 고삐를..`, 하이닉스 `더이상 실수는 없다`

메모리반도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는 최근 시장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후발업체간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줄어들 경우 선발업체로서의 장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계산이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이왕 시작한 게임이라면 이번 기회에 후발주자들에 확실한 타격을 주고 탈락자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분야에서 경쟁업체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분기중 56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하며 68나노 기술이 적용된 1Gb D램의 비중도 1분기중 50%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 역시 3분기부터 54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하며 66나노 1Gb D램의 비중도 40%이상에서 더욱 늘려나갈 예정이다. 경쟁업체들의 경우 70나노 기술이 적용된 512Mb비중이 높은 만큼 앞선 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시장 회복이 지연된다고 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4분기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43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었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이 올해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약 7조원가량을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혀놓고 있다. 이번 기회에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특검영향으로 이같은 계획을 실행단계까지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투자타이밍이 중요한 반도체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단조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66나노 D램 양산과정에서 차질을 빚었지만 이를 보완해줄만한 제품군을 갖추지 못해 예상에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하이닉스가 일본 엘피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범용 D램의 비중이 높았던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종갑 사장이 "작년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올해 모바일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점유율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선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후발업체들간 진행되고 있는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경쟁상대가 부상할 경우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 난야는 이번 제휴를 통해 서로에게 필요했던 부분을 얻었다"라며 "마이크론은 자금을, 난야는 기술을 얻은 만큼 앞으로 이들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LCD `1위 수성 변함없다`, LG `현명한 추격자`

LCD업계는 최근 일본기업들의 동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본 LCD패널업계가 샤프와 마쓰시다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한국업체들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LCD는 최근 기존 제휴선이던 소니가 샤프의 10세대 투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034220)) 역시 필립스외에 다른 제휴선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여전히 LCD업계 1위 자리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소니와의 관계가 앞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당장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7세대 라인에 대한 증설투자와 함께 8세대 1라인 2단계(PHASE2)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7세대의 경우 약 8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월 28만매까지 늘릴 계획이다. 8-1라인 2단계 생산라인 역시 3분기중 양산에 돌입하게 된다.

7세대 증설과 8세대 2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일본 샤프에 비해 3배 가까운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 8-2라인 투자에 대한 소니와의 협상도 조만간 최종합의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형 LCD패널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대형패널을 1억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다만 소니라는 안정적인 공급선과의 관계가 약화됐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안정적인 공급선은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의 성격도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7세대와 8세대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니라는 공급선과의 제휴가 성사된 측면도 있다"며 "삼성이 8세대 이후를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입장에선 소니외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모색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삼성전자와의 대형화·표준화를 놓고 경쟁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이른바 `현명한 추격자`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전략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생산라인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8세대 라인과 비교할 경우 상당한 시차가 있다.

이는 8세대 라인의 주력인 50인치 패널시장이 내년부터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권영수 사장은 최근 10세대에 대한 투자보다 8세대에 대한 추가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은 과거 대만업체들이 초기 시장선점을 포기하고, 삼성과 LG가 형성해놓은 시장에 안전하게 진입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또 지난해 한스타와의 제휴를 통해 패널 아웃소싱에 나선데 이어 다른 해외업체들과의 추가적인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움직이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이같은 전략이 8세대 이후에 형성될 대형 LCD패널시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해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샤프가 이르면 내년부터 10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삼성전자도 2010년이후 10세대 가동을 예정하고 있는 만큼 자칫 대형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과 LG가 주도해온 LCD시장의 주도권이 삼성 혹은 샤프를 비롯한 일본업체들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대만업체들 역시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낙관적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황창규 사장 "핵심기술이 수출대상이라니.."
☞황창규·김종갑 사장 "반도체시황 회복 시기상조"(상보)
☞삼성전자, 아디다스와 스포츠폰 출시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무안공항 여객기 잔해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