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들 '공정' 시위 언제 하나요?"

대통령실 연이은 연줄 채용 논란, 정권교체 명분 '공정' 퇴색 우려
야권 지지층, 공정성 이슈 주도했던 대학 사회 태도에 의문
  • 등록 2022-07-20 오전 5:57:00

    수정 2022-07-20 오전 5:57: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 기치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연이은 대통령실 ‘연줄’ 채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야당 지지층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 당시 벌어졌던 이른바 명문대생들의 항의 시위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시위를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19년 9월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한 학생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인사문란·안보문란 규탄’ 피켓을 들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규탄 메시지도 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추락하는 지지율에 윤석열 정권이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 부적절 인사 임명 강행 등 용궁발 인사문란이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썩은 내가 진동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런 인사는 대한민국 국격에 관한 문제이고 국기 문란이라는 점에서 참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행태에 대한 비판은 국회뿐만 아니라 야당 지지층 등 일반에서 더 격렬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인의 자녀 세대 연줄 채용 논란이 집중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전 정부 공정성 시비의 주체였던 ‘청년층의 목소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친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다뤄지는 대통령실 채용 논란 관련 글에는 2019년 연출됐던 수도권 명문대생들의 공정 요구 시위가 이번에는 나오지 않는 상황을 비꼬는 댓글이 빠지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 당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조 전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 시위가 이례적으로 교내에서 개최돼 이목을 끌었던 까닭이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표면적으로 정치적 지향이 아니라 공정, 상식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집회를 열어 종전까지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계급정치 성향의 그룹,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정체성 정치 그룹이 주도하던 학내 시위와는 다른 양상의 집회를 보여줬다.

‘조국 사태’가 공사 영역을 막론하고 공정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판단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사건으로 기억되는 데도, 이들 명문대생들이 종전과 달리 타인에 대한 연대보다 개인적 이해나 박탈감에 기초한 ‘공정성’을 이슈로 시위를 조직화했다는 사실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거꾸로 정권이 바뀌고 다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는 국면에서 이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찾기 힘든 분위기는 당시 시위가 가진 보편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을 향한 이들의 비판이 공정과 정의를 요구한다는 외피를 썼지만 실상은 그들 역시 정치적 진영 논리로 사태를 재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인 셈이다.

교육 사업가 강성태씨의 유튜브 채널 최근 영상에 영상내용과는 관련 없는 조롱이 도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강씨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20대 비서관 채용 논란 당시 비판적 논평을 가하며 공정성 이슈를 이끌었지만 이후 터진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퇴직금 수령 사건 등 현 여권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아 시각 자체가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야권 지지층에서 나오는 이같은 문제제기는 공정성 이슈를 정치 무대로 끌어와 정권 교체 명분으로 활용했던 현 정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지인 아들의 채용에 대해 “내가 직접 추천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실 역시 개인적 인연에 따른 특혜 시비는 논외로 두고 업무 자격, 능력 등을 근거로 채용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어 공정을 화두로 한 여야 정당간, 양측 지지층 간 갈등 양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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